드라이빙거리 270야드 노익장 .. 78세 長打 골퍼 '김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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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古稀·70)를 넘기고 '희수'(喜壽·77)도 지난 나이에 드라이빙거리는 2백60∼2백70야드.
모든 골퍼들의 꿈인 '에이지 슈팅' 기록.
거리와 스코어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게 강한 한국 아마추어골퍼들이 들으면 귀가 번쩍할만한 골퍼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1924년생으로,우리 나이로 78세인 김상희씨(음식점 경영).
그 정도의 나이라면 이름 뒤에 '옹 '을 붙이는 것이 예의겠지만 그에게는 '씨'가 적절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1주일에 서너번 필드를 찾을 정도로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장타는 그가 회원으로 있는 뉴코리아CC 드라이빙레인지에서 가끔 확인된다.
그가 이 드라이빙레인지를 찾을라치면 손창열 헤드프로를 비롯 골프장 관계자들이 '호기심반 의구심반'으로 뒤따라 나선다.
치받이인 그 곳 길이는 약 2백30야드.
김씨가 친 볼은 대부분 끝부분에 떨어진다.
캐리만 2백30야드가 넘는다는 얘기다.
김씨의 장타력은 최근 국내 아마추어 중 강자에 속하는 정종길씨(57·정스포츠 사장)와 함께 라운드했을 때도 목격됐다.
남서울·한성CC 등지에서 네차례나 클럽챔피언을 지낸 정씨도 드라이빙거리가 2백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자.
김씨와 라운드한 정씨는 "드라이버를 쓴 대부분 홀에서 김 사장의 볼이 내 볼보다 멀리 나가는 데 놀랐다"며 "그만한 연세에 그처럼 긴 샷을 날리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씨가 장타를 내는 요인은 독특한 스윙과 유연한 허리로 요약된다.
그의 스윙폼은 정석과 좀 거리가 있다.
미국 프로 짐 퓨릭처럼 '∞자 스윙'이다.
백스윙톱까지는 아웃으로 올라가지만 다운스윙 때는 인으로 내려온다.
더욱이 스윙 도중에 몸도 흔들린다.
그런데도 유연한 허리를 이용,인사이드로 볼에 접근하면서 정확하게 임팩트한다.
손 프로는 "2중 스윙이면서도 그만의 리듬과 타이밍으로 볼을 스윗스폿에 맞힌다"고 장타의 원인을 설명한다.
은행 지점장 출신인 김씨는 지난 66년 은행에 근무할 당시 주위 사람들이 골프를 화제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골프에 입문했다고 한다.
요즘 김씨의 평균스코어는 80대 초반.
거리에 비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마음을 비운 데'에서 비롯된다.
김씨는 비슷한 연배의 동반자들보다 50야드는 더 나가는 장타력에 힘입어 이글을 부지기수로 잡았다.
그러나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다 보니 스코어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런데도 지난해 난이도 있는 관악CC 신코스에서 나이와 같은 77타를 쳤다.
그는 "'에이지 슈팅'은 늙어서도 건강이 유지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며 함께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친구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어느 진기록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기록이라고 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