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하는 '금융교실'] '저축은 빨리할수록 좋다는데...'

'저축은 빨리하면 할수록 좋다' 이 말이 맞을까요, 틀릴까요. 저축을 빨리 시작할수록 더욱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정말 그럴까요. 실제 저축은 빨리하는게 진짜로 유리한지, 왜 그런 것인지, 이제부터 알아볼까요. -------------------------------------------------------------- 철수와 영희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한 동네에 살며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이죠. 유치원도 함께 다녔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같은 반 친구가 되기도 했지요. 철수는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영희는 바비인형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요. 철수는 게임기팩을 사기 위해 나름대로 용돈을 절약해서 저축을 하고 있지요. 영희도 바비인형 시리즈를 사기 위해서 저축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이 저축을 시작한 때는 서로 달랐지요. 영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용돈을 아껴서 매월 5천원씩 은행에 적금을 넣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4학년에 올라가면서 적금을 넣지 않고, 대신 적금으로 모은 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 두었지요. 이에 비해 철수는 영희보다 저축을 3년이나 늦게 시작했어요. 4학년 때부터 은행적금을 붓기 시작한 거지요. 철수는 영희보다 저축을 늦게 시작한 대신 6학년 때까지 영희보다 5백원 더 많은 매월 5천5백원씩 적금을 붓기로 했어요. 그렇다면 두 사람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누가 더 많은 돈을 은행으로부터 받게 될까요. 정답은 '영희가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한번 따져 볼까요. 영희는 1학년 때부터 매달 5천원씩 돈을 모아서 3년 동안 적금을 부었기 때문에 3학년 말에 은행으로부터 19만7천4백83원을 받게 됩니다. 5천원을 총 36개월(3년) 동안 모은 원금 18만원에 1만7천4백83원의 이자(적금이자율 3년 6.3%)가 붙은 거지요. 영희는 이 돈을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어 두었어요. 정기예금 이자율을 연 5.5%로 따지면 영희는 첫해에 20만8천3백45원(원금 19만7천4백83원+이자 1만8백62원)을 받게 됩니다. 이 돈을 다시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그 이듬해엔 21만9천8백4원(원금 20만8천3백45원+이자 1만1천4백59원)을 받지요. 마지막 해에 다시 또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23만1천8백93원(원금 21만9천8백4원+이자 1만2천89원)을 받게 되는 거지요. 즉 영희는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3년간 적금을 했다가 3학년 말에 만기가 된 돈을 다시 정기예금에 매년 가입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철수가 모을 수 있는 돈을 계산해 볼까요. 철수는 영희보다 저축을 3년 늦게 시작하는 만큼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은 3년 동안 매월 5천5백원씩 적금을 넣기로 했지요. 이렇게 철수가 영희보다 매월 5백원씩 더 적금을 붓기로 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21만7천2백31원(원금 19만8천원+이자 1만9천2백31원)밖에 되지 않지요. 영희(23만1천8백93원)보다 1만4천6백62원을 덜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똑같이 3년 동안 적금을 붓더라도 먼저 작은 돈으로 적금을 시작해서 목돈을 만들어 다시 저금하는 것이 늦게 많은 돈을 적금하는 것보다 유리하지요. 결국 저축을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적은 돈을 넣으면서도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금금리의 차이 때문입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예금금리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단리와 복리라는 것이지요. 단리라는 것은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는 것입니다. 반면 복리란 원금에도 이자가 붙고, 붙은 이자에도 원금처럼 또다시 이자가 붙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리와 복리중 어느 편이 더 이자가 많이 붙을까요. 당연히 복리로 계산하는게 이자가 많겠지요. 영희가 철수보다 많은 돈을 받게 된 비결도 바로 이 복리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실제 영희는 적은 돈을 모아 놓은 후에 이 목돈을 정기예금으로 굴려 원금과 이자를 매년 다시 저축했기 때문에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복리식 저축을 한 것이지요. 반면 철수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식으로 저축을 했기 때문에 영희보다 적은 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저축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목돈을 만들어 놓고 이를 복리로 정기예금에 넣어 두는 것은 매우 현명한 '재테크(돈 모으기)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즉 영희처럼 저축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경우 작은 금액으로 쉽게 큰 돈을 만들 수 있지만, 늦게 저축을 시작하면 더 많은 돈을 저축하더라도 더 적은 금액 밖에 못 모으게 되는 거지요. 지금이라도 은행에 가서 직접 적금통장을 하나씩 만들어서 저축하는 것이 제일 빠른 저축의 길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오늘 은행에 가서 통장 하나씩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