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동차보험 경쟁 방향..김성재 <한국외대 경영학 교수>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의 순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됐다. 자동차보험시장이 과거의 협정요율 체제에서 벗어나 개별 보험회사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가격자유화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종래의 전통적인 전속대리점,직급조직,모집인을 통한 단순구매에서 인터넷,전화 등을 통한 직접구매와 함께 회사간 가격비교를 한번에 가능케 하는 "가격비교 웹사이트"의 등장은 소비자로 하여금 값이 싼 자동차보험의 구매를 추구하고 가입보험사 변경을 쉽게 만들었다. 자동차보험은 다른 상품과 달리 그 원가가 판매 시에는 확실하지 않다. 원가가 완전히 파악되기에는 1년 이상의 시일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손실에 대한 보장을 대가로 보험료를 선불받는 보험회사들은 과도한 가격인하 경쟁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무리한 가격인하 경쟁은 보험사의 파산을 초래할 수 있고,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귀착된다. 미국의 경우 자유화 시행 이후인 1969~1994년 약 5백90여개의 손보사가 과당경쟁으로 인해 도산했고,영국은 최대 보험사인 제너럴 액시던트사가 가격경쟁으로 인해 파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격경쟁이 제한됐던 협정요율하에서 이미 3개의 부실 손해보험사가 발생,공개매각 과정에 있어 국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자유화는 우리 자동차보험산업이 처음으로 직면하는 생소한 경영환경이다. 성공적인 가격자유화의 정착을 위해선 보험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롯하여 소비자인 보험계약자,감독당국의 정확한 판단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무리한 가격인하땐 共滅 우선 보험사들은 무리한 가격인하를 통하여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버려야 한다. 효율성 향상이 수반되지 못한 가격인하는 영업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사고발생 및 보험금지급의 통계와 추이분석을 통해 위험분류의 선택,공평한 요율산정,적정한 요율수준의 책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산정 능력과 함께 운영효율성 향상,가치있는 서비스 개발,새로운 자본의 유입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기업의 시장경쟁력 확보와 시장점유율 증대는 장기적인 경주다. 무리한 가격인하에서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보다 성숙된 소비행태가 요구된다. 가격은 가장 중요한 구매요소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미래 1년 간의 사고에 대한 보장을 약속받는 상품이다. 보험료수준 뿐 아니라 피해보상 등 미래에 받게 되는 보장의 질을 결정하는 보험사의 재무상태,서비스 능력,신뢰성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높은 질의 상품은 당연히 그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감독당국도 과도한 비정상적인 경쟁방지를 위해 감독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 한다. 먼저 각 보험사들의 가격인하가 적정한 손실경험통계와 능력에 기초한 것인가를 심의하여 무리한 가격인하를 방지해야 한다. 동시에 지급여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가격인하의 재무적인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부실화되는 보험사에 대하여 엄격히 시정조치를 함으로써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보험회사의 재무상태를 가입 전에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지급여력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소비자 스스로가 부실보험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장규율확보 함께 노력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장경쟁으로 보험사의 능률향상을 유도하고,이에 따른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의 복지를 증대시키는 데 있다. 이번의 가격자유화가 큰 시행착오없이 보다 짧은 기간 내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시장규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참여자 모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ksjae@unitel.co.kr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박사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