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 GM "공격 앞으로" .. '국내 車산업 판도 바뀔까'
입력
수정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대우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를 앞세우고 한국시장에 상륙하는 GM이 '옛 대우차의 실지(失地) 회복'을 선언한 가운데 그동안 독주체제를 굳혀 온 현대·기아차도 만반의 대비를 이미 끝내고 수성(守城)을 자신하고 있다.
GM의 앨런 페리튼 아·태지역 신규사업담당 이사는 대우차 인수가 확정된 지난 20일 현대·기아차와의 한판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GM은 또 앞으로 설립될 회사(가칭 GM-대우차)의 매출이 연간 50억달러(6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혀 공격적 전략의 일면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선의의 경쟁을 위해 GM의 대우차 인수를 환영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힌 뒤 "품질과 시장기반 확보에서 앞서고 있는 한 현대·기아차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유지돼 온 현대·기아차의 과점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GM의 노력과 '시장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일 현대·기아차의 수성 전략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쟁열기로 달궈질 전망이다.
◇GM의 전략=GM의 루디 슐레이스 아시아태평양 사업 담당사장은 "대우자동차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대우자동차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밝혀 대우차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암시했다.
즉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한국시장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뒤 대우차를 아시아시장,특히 중국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업계는 대우차가 GM의 플랫폼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2년 정도면 새 모델을 들여와 현대·기아차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영업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전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GM측은 무엇보다 중국시장을 탐내고 있다.
GM 고위관계자는 대우차의 '마티즈'를 앞세워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GM은 또 해외시장에서 대우차의 브랜드 이미지 및 마케팅 전략이 국가별로 다른 점을 큰 약점으로 지적,통합된 이미지와 마케팅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대응 전략=현대·기아차는 대우차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품질과 다양한 모델을 주무기로 삼아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단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며 "GM이 대우차를 인수했다고 해서 당장 생산라인이나 생산 차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대우차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동안 꾸준히 신차를 개발하고 신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커다란 위협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GM-대우'가 정상궤도에 오르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품질개선 및 신규 모델 개발,마케팅 강화 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판매망의 재편 또한 검토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도 대우차와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의 해외 마케팅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영업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대우차와 가격과 품질을 통해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