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돈세탁방지법 부작용 없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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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시행령안에 따르면 오는 11월 말부터 모든 금융회사들은 '돈세탁 혐의'가 있는 5천만원 이상 원화거래나 1만달러 이상의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아울러 보고대상 금융거래도 수신거래외에 대출·보증,보험,외국환 거래 등 사실상 모든 금융거래로 확대했다.
이번 시행령 제정은 지난 9월3일 국회를 통과한 모법의 시행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데 주목적이 있다고 하겠으나 오·남용 방지와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만일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모든 금융거래가 정부기관에 통보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통상적인 금융거래까지 위축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재경부에서는 금액제한 없이 신고토록 돼 있는 국제기준에도 불구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로 한정해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의무를 가진 일선 금융회사 직원들이 '돈세탁 혐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자칫 보고가 남발될 우려가 있는데다 수사기관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
이는 금융실명법상의 비밀보호 조항에도 불구하고 수사편의 등을 위해 편법적인 금융거래 정보제공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흔적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보고대상 금융거래도 대출·보증,보험·공제,여신전문금융,금고대여 등 사실상 모든 금융거래로 확대한 것도 문제다.우선 수신관련 거래에 초점을 맞춘 모법의 정신에 비춰 시행령에서 모든 금융거래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냐 부터가 문제다. 돈세탁이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어 모든 금융거래를 신고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지만 입법취지에 비춰 볼 때는 오히려 현금이나 일정금액 이하의 현금성 수표에 의한 수신업무와 이전거래 등으로 한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일정금액 이상의 수표에 의한 거래는 자금세탁 징후가 포착되게 마련이고, 다른 금융거래는 법원의 영장에 의한 수사를 통해 밝히도록 해야 한다.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은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 그 시행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하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위축시키는 것은 방지하면서 시행돼야 한다.
따라서 국민적 불신해소를 위해 돈세탁 혐의의 유형을 보다 구체화하고,보고대상 금융거래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