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사채업체 활개] 급전 고객이 타깃 .. '실태'

'사채(私債)시장의 메카'인 서울 명동과 강남역 부근에 OO크레디트라는 기업형 사채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앞세워 제도권 금융회사에 버금가는 마케팅기법을 구사하며 연체 관리 등 사후서비스 시스템도 갖춘 게 특징이다. 고금리 피해를 입었다는 사채이용자의 호소가 금융당국에 줄을 잇는 가운데 호황을 구가하는 이 기업형 사채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급성장의 비결 =일본계 업체인 A&O의 올 6월말 현재 대출실적은 1천3백49억원(잔액기준). 순이익은 지난 한해 순익의 1.5배에 가까운 2백24억원에 이른다.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 등도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기존 사채시장에서 연 2백% 이상의 금리로 급전을 쓰던 고객들이 주 타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그는 연 2백~3백%의 금리를 매기는 기존 사채업자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기업형 업체들은 '대출금 회수'보다는 '이자 수입'에 더 관심을 둔다. 프로그레스 관계자는 "이자만 제때 갚으면 원금을 갚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출잔고를 오랫동안 유지하는게 기업형 업체만의 영업 노하우"라고 말했다. 이 업체들은 '여성전용 상품' 등 신상품을 내놓는 동시에 전국적인 네트워크까지 구축하고 있다. ◇ 운용수익률은 최소 30% =이들 업체의 영업패턴은 종전의 사채업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무엇보다 연 1백%가 넘는 초고금리를 적용한다. 이들 업체에 5백만원을 빌려쓰면 한달 이자액만 40만원이 넘는다. 반면 이들의 조달금리는 연 15∼20%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높은 연체율 등 리스크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업형 업체의 운용수익은 제반 비용을 빼도 최소 30%는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업체의 자금조달방법은 크게 두 가지. 일본에서 직접 자금을 들여오거나 국내 신용금고.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 금융감독원은 국내 신용금고의 사채업자에 대한 대출총액은 7월말 현재 8백5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 문제점과 전망 =경기 불황과 제도권 금융사의 경직된 영업 사이에서 급성장한 이들 업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연 1백%가 넘는 초고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신용자 등 경제적 약자를 겨냥한 금융서비스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냉철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프로그레스 이덕수 사장은 "기업형 업체가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급전수요가 충족되고 불법 카드깡도 줄어들고 있다"며 순기능측면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초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형 업체들에 금융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제도권 금융사들이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저신용자 계층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