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을] '요즘 이런 책 읽었습니다'

남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들춰보지만 막상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때,다른 사람들의 서가를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모두들 바쁘게 지내면서도 아끼는 책 한두권은 꼭 있게 마련. 동시대 한국인의 독서 취향을 20대 회사원부터 60대 경영인까지 5명에게 들어봤다. -------------------------------------------------------------- [ 20대 - 한 신(28.금호피엔비화학 재무팀 사원) ] 우리 경제가 유난히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개개인도 힘겹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희망을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있어 요즘의 내 생활은 오히려 즐겁고 다소 들뜨기까지 하다. 켄 블랜차드의 "겅호(Gung Ho)"(21세기북스). 제목도 생소한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게 됐다. 단숨에 읽어버릴만큼 단순명쾌하고 또 극적인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읽고 난 후에도 자꾸 들춰보며 "다람쥐의 정신""비버의 방식""기러기의 선물"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를 새삼 새삼 가슴에 되새기게 된다. 인터넷 서점의 어느 독자가 이런 서평을 적은 걸 봤다. "내가 어려울 때 앤디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맞다. 이 책은 지금 내 곁에 있으면서 앤디같은 지혜로움과 따뜻한 인간애로 내 삶을 돋워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영국 교수에게 들은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었다. "돼지도 칭찬하면 나무에 올라갈 수 있다" 노사갈등,수출부진,세계경제 악화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지음,진명출판사) 또한 생활의 자세를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디지털 포스코"(포스코PI프로젝트팀 지음,21세기북스)는 굴뚝기업 포스코가 아직까지 검증된 사례가 없는 디지털기업으로의 혁신에 성공함으로써 기업가치를 5조원이나 증대시킨 과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어 좋았다. 변변한 국내 혁신 사례가 드문 우리 현실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책이다. [ 30대 - 유주영(31.이미지리소스 대표) ]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이지만 유용한 정보를 찾고,조합하고,분석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것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다. 나는 기업의 이미지를 추출하고 형상화하며 그것을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내게 "있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는" 창조의 원천이 된다. 특히 트렌드나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 등에 관한 책에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읽은 2권의 책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책은 "클릭! 이브 속으로"(페이스 팝콘 지음,21세기북스). 이 책은 경제적 절대세력으로 성장한 여성의 사회적 진화에 기업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따로 일 수는 없으나 "이브올루션(EVEolution)"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이 책은 진정한 여성성을 이해함으로써 여성적 문화로 진화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기업의 현실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저자의 닉네임처럼 마케팅 대상인 여성에 대해서는 섬세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성을 사회적 주체로 바라보는 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책은 "아름다운 회사"(폴 디킨슨.닐 스벤슨 지음,미래M&B).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아름다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21세기에는 아름다운 회사만이 살아 남는다. 이 책은 경제의 소프트화,무형가치의 상승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이제 기업이 단순히 제품과 브랜드,서비스만을 생산하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미적이고 윤리적이며 인간적 감동을 주는 기업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정보제공" 또는 "답습을 위한 원천" 그 이상의 것이 책에는 숨어 있다. 개인의 체험보다 더 방대한 감흥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40대 - 전하진(44.한글과컴퓨터 CEO) ] 최근들어 나의 관심을 끄는 분야는 지식관리 분야이다. 사실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종이문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디지털화하는가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이제는 그런 디지털 문서를 보다 효과적으로 체계화하여 지식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과연 우리는 지식강국이 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회의에 빠져들었고 그래서 여러 가지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드러커 교수의 최근작들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 그는 1백년을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지혜를 준다. 지식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단순히 머리 속에 지식을 담아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 속의 지식은 사회를 위해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관계나 직접경험 그리고 꿈이 없이는 지식은 극대화될 수 없고 또 현실적이지도 않다. IT(정보기술) 활용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점을 배우는 데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재프 패보우즈의 "지식관리론",스티브 모리스의 "정보시대와 지식관리"등을 참조하였다. 이번 미국테러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앞으로의 사회는 무력이나 하드웨어가 아닌 지식(그것이 악용된 것도 지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이 무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지식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요,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50대 - 이명환(57.(주)동부 대표이사) ] 경영자의 자리에 있다 보니 읽는 책이란 것이 대개는 경영전략서나 경제환경 변화에 관한 책이다. 가끔은 젊은 날부터 즐겨 읽던 에세이풍의 책들에 손이 가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한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전사적 전략경영을 위한 SFO"(로버트 S.캐플런 지음,한언)이다. BSC(Balanced Scorecard) 개념의 창안자인 저자의 이 책은 BSC의 개념을 전세계에 전파한 전작 "가치실현을 위한 통합경영지표,BSC"의 실천편이라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BSC를 활용하여 성과를 거둔 기업들의 특징을 통해 저자가 제시한 "전략집중형 기업(SFO;Strategy-Focused Organization)"의 개념과 그 구현방법은 기업의 실무자와 최고경영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짬을 내어 읽은 "나무가 나무에게"(신영복 홈페이지 더불어숲 지음,이후)는 삶의 다른 한편을 관조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오래 전 읽고 감동을 받은 바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반추하며 집어든 책인데 한 사람의 오염되지 않은 맑은 영혼이 소리없이 또다른 영혼들로 전이되어 가는 것을 따뜻한 심정으로 잔잔히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 [ 60대 - 손병두(61.전경련 상근부회장) ] 하루하루 꽉 짜여진 일정속에서 지내다 보니 나의 독서스타일은 자연히 차내에서,기내에서,그리고 약속을 기다리면서 틈틈이 책을 꺼내 보는 토막형이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들자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한언)이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기업과 개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민첩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명제를 짧은 우화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 풍족한 치즈가 돌아올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복잡다단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이에 적응하고 보다 나은 삶을 개척해 나가는 진취적인 자세가 어느때보다 필요할 듯하다. 소설처럼 읽기쉬운 문체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또하나의 경영서가 바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다. 이책은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어시장의 활기찬 모습에 착안해 만들어낸 네가지 경영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경영문화와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구성원들에게 개인의 열정을 북돋아주고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를 되살림으로써 조직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