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을] 詩心에 젖어볼까...'사랑을 놓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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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기간 중 여유있게 독서하고 싶다면 시집이 제격이다.
그윽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시(漢詩)와 그리움을 차원높은 언어로 단련한 서정시 들을 권한다.
이태백의 한시는 바쁜 현대문명에서 망중한을 느끼게 한다.
또 윤제림과 정희성 시인은 고단했던 지난날을 담담히 바라보는 지혜를 일깨워 준다.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판다?="어느새 초가을 밤은 점점 길어지고/ 솔솔 맑은 바람 쓸쓸함이 더해 가네/ 불볕 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섬돌 아래 잔디 밭에 이슬이 맺히네"(不覺初秋夜漸張,淸風習習重凄凉,炎炎署退茅齋淨,階下叢沙有露光) 초가을,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맹호연의 칠언절구 "초가을(初秋)"이다.
이 책은 이백,두보,소동파,백거이,왕유,구양수 등 당대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옛 가객들이 가을과 겨울의 시정을 읊은 한시명편들을 모았다.
이병한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의 평역과 서울대 교수들과의 한담이 곁들여져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 명편"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민음사)
사랑을 놓치다=".내 한때 곳집 앞 도라지꽃으로/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그대는 번번이 먼길을 빙 돌아다녀서/보여주지 못했습니다,내사랑!/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어느 마을이었습니다./또 한 생애엔,/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세상에!/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모르고 잤습니다./명사산 달빛 곱던,/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사랑을 놓치다" 전문)
윤제림 시인이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에 깔고 윤회와 전생의 과정에서 엇나간 사랑을 보여준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추구한 인생의 의미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문학동네)
시를 찾아서=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이십년 넘는 세월 바쳐/사랑하는 이를 위해 지은/황홀한 무덤-타지마할/ 아름다운 이여/나는 가난하여 시의 작은 집을 짓네/내 마음 한켜 한켜/쌓아올린/타지마할"(타지마할 전문)
1970~80년대 저항시의 복판에 섰던 정희성 시인이 따스한 언어로 사랑의 시를 썼다.
세상이 변했고 그도 따라 달라졌다.
열화같던 분노의 언어들이 재로 변한 뒤 그것을 거름삼아 새싹을 심는 방식을 선보인다.
"격랑끝의 고요"를 온 몸으로 표현한 시들에서 진정한 새 가을을 기약케 한다.
(창작과비평사)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