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경제가 사는 길 .. 박성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인류의 역사는 테러·지진 대참사와 전쟁 등으로 그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문명의 원동력이 발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막강했던 독일과 일본제국이 패망하고,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됐다. 지난 9월1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테러 대참사도 세계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그 파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이 영국 러시아 등 각국의 협조를 얻어 단기간에 제한된 지역에서 테러 응징을 마무리한다면 그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가급등,국제금융시장 혼란,스태그플레이션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테러 대참사의 후유증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경제의 경기회복이 상당기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세계 각국의 주가는 십수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국제무역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안그래도 힘든 상황이었는데,대참사 이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경영전략을 펼쳐야 한다. 경제한파를 참고 견디다 경제가 호전될 때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21세기는 품질경쟁의 시대다. 이 품질경쟁력은 기업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따라서 품질교육,품질시스템 구축,신제품개발 등에 매진해야 한다. 어렵다고 허둥대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은 앞날이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품질경영 방식을 미국 유럽 일본 것을 모방해 왔는데,차제에 우리 기업 풍토에 맞는 한국식 품질경영 방식을 연구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어려울 때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얼마 전 울산의 S오일이 '노사분규 없는 신노사문화'를 선언했는데 매우 좋은 사례다. 다음으로 정부는 신속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시키면서 국가가 나아가야 할 장기 비전을 갖고 의연하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또 각 정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을 지양하고 국리민복과 국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국회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직장인들과 개인 사업자들은 미국의 테러참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세계 경제여건이 조금 나빠졌다고 해서 당장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각자 주어진 일을 침착하게 해 나가면서 여건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자세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의 둔화로 우리나라도 당분간 경제성장의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 오는 날이 있으면 개는 날이 있는 것처럼,내년 상반기 이후 세계 경제여건이 호전될 것에 대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대학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대학은 나라의 미래 일꾼을 길러 내며 또 과학기술의 기초연구를 광범위하게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대학도 이제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운영에서 벗어나 우수인력 배출과 우수연구를 위한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한다. 각 대학 스스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한편 정보관리체제의 원활화,교육 연구의 인프라 확충 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그 타개 방안을 대학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시장경제원리를 표방한 지나친 상업주의는 경계돼야 마땅하다. 대학은 또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야 한다. 대학은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돼야 하고,국가가 총체적 난국일 때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더욱 어려운 시기에 대비,대학이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지 않고 국민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가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