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社 비리' 뿌리뽑는다] 이용호 게이트 계기로 본 CRC 점검

'이용호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불법 비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당수 CRC가 기업 회생을 위한 건전한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기적 투자를 통해 차익만을 남기려는데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게다가 이용호씨 경우처럼 계열 CRC가 인수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주식을 편법으로 사들여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 또 CRC가 투자조합을 결성하면서 조합원에게 원금과 투자수익을 보장하거나 유사수신행위를 해 물의를 빚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당국이 뒤늦게 관련법을 개정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으나 이미 발생한 허다한 피해들은 보상할 길이 없다. 법원 역시 별도의 관리준칙을 제정한다는 계획이어서 CRC에 대한 개혁작업은 이제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 CRC 현황 =지난 99년 6월 CRC 출범 이래 지금까지 산업자원부에 등록한 CRC는 모두 99개사에 이른다. 하지만 11개사가 영업 실적이 없거나 결산서를 제출하지 않아 등록 취소돼 현재 88개사가 영업하고 있다. CRC로 흘러든 자금은 대부분 벤처업계에 잠겨 있던 돈이다. 벤처 거품이 사라지고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CRC로 투자 대상을 바꾼 것.그래서 창투사나 신기술금융 사업자가 겸업하는 CRC가 14개사에 달한다. 순수 CRC 가운데 상당수도 폐업한 창투사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설립한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구조조정조합을 결성한 CRC는 15개사에 불과하고 조합수도 28개(총 출자금 6천2백17억원)에 머물러 투자활동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투자 실적도 지난해말 현재 26개사와 15개 조합이 3백14개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1조7백68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 문제점 =당국의 CRC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이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RC는 매년 결산서를 산자부에 제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보고 의무가 없다. 산자부에서 일반적인 관리감독 차원의 현장 실사를 벌이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출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나마 현장 조사나 자료 제출도 공시 내용을 확인하거나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만 진행되는 만큼 CRC의 경영 변동상황을 상시 체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RC 주무 관리부서인 산자부는 이러한 관리감독체제 미흡으로 G&G사의 불법행위를 즉시 간파하지 못했다. 실제로 산자부는 이 회사가 지난 1일 스마텔 보유주식 1천만주를 삼애인더스에 매각한 사실을 4일 공시내용 보도를 통해 알았을 정도였다. 그나마 지난 6∼7월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G&G와 인터피온.KEP전자간의 주식 거래는 공시조차 나오지 않아 지금까지 정확한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금보장과 목표수익률 보장 등을 통해 불법으로 투자조합을 결성한 CRC를 적발했지만 마땅한 제재 조항이 없어 등록을 취소하지 못했다"며 "이에대한 처벌규정을 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