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폭마누라'] "여성조폭 전형 만들었죠"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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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조폭"이 등장한 것은 충무로에서도 "사건"이다.
"친구"류의 남성 조폭영화들은 숱하지만 여성이,그것도 조폭부두목으로 "나홀로" 액션을 주도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작 "조폭마누라"(감독 조진규)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신은경은 여성성을 없애고 남성세계의 중심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MBC드라마 "종합병원"의 중성적 이미지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새 캐릭터를 창조해 낸 것.
"액션연기는 처음입니다.
감독은 "액션은 동물의 교미행위"라고 말했지만 저는 "액션은 무용"이라고 생각했지요"
무용은 본질적으로 힘보다는 기교,강함보다는 부드러움에 가깝다.
싸움에서도 기(氣)의 제압이 우선이지,적대적 힘의 물리적 충돌은 나중 문제다.
이런 깨달음은 혹독한 신체훈련에서 나왔다.
신은경은 촬영 내내 "힘빼기"를 화두로 삼았다.
"지난 1월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지요.
뛰기,스트레칭,낙법 등을 하루 4시간씩 연습했습니다"
현장감있는 액션을 위해 위험도 감수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촬영한 격투신에선 유리파편위에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동료연기자들은 촬영장에서 입은 상처를 훈장처럼 자랑했다.
그는 "감정의 적정선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며 "극중에서 남성과 여성을 함께 연기하는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신은경이 맡은 은진역은 죽음을 앞둔 언니앞에선 세심한 여동생,조폭들앞에선 그들을 이끌어가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야말로 코믹한 상황설정이지만 명색이 "액션물"인 만큼 감정의 절제가 필요했다.
그는 탁월한 싸움꾼일뿐만 아니라 잠자리에서도 남편을 주도한다.
전신문신도 견디기 힘든 작업이었다.
그는 전신문신을 위해 40시간이나 자지 않고 버텼다.
이로써 탄생한 신체 뒷부분의 커다란 용문신은 시사회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문신을 하는 동안에는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문신후에 거울을 보니 여성적인 뒷태가 전혀 안나 저도 놀랐어요"
그는 촬영도중 배역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스스로 거듭 다짐했다.
여성으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접고 배역자체에 몰입,"악바리"라는 칭호가 붙여졌다.
그는 "조폭마누라"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실현해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영화라고 평가했다.
차기작품으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사람냄새나는 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은 저를 코발트 색깔처럼 여기지만 사실 저는 아이보리색을 좋아합니다.
아이보리 이미지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