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경제 어떻게 될까

이영균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로 6천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주저앉았다. 5각형인 펜타곤의 한 변도 허물어졌다. 지금 세계는 미국 경제도 저렇게 붕괴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러 공격 며칠전 미국의 경제지표는 2·4분기 성장률 0.2%,8월중 실업률 4.9%,다우존스 지수 10,000이하 및 나스닥 지수 폭락 등 전반적인 경기둔화를 보여주었다. 지난 10년간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신경제'를 향유하던 미국경제는 이처럼 작년 말 이래 투자감소와 수출부진으로 지속적으로 둔화되었고 최근에는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 것인가가 논의의 대상이 됐다. 즉 미국의 경기는 내년 후반에 가서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과 늦어도 연말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전자의 근거는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주택값및 주가 하락 등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에 의한 가처분소득의 가파른 감소와 실업증가 등으로 미국경제를 뒷받침해오던 소비가 위축되어 경기는 당분간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자는 올해 들어 8차례에 걸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6.5%→3.0%), 세율인하 및 세금 환급 등 그동안의 경기회복을 위한 통화·재정정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선언하면서 전쟁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불확실하게 되었고 경제적 피해 규모가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세계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영토가 직접 공격을 당한 충격으로 경제의 불확실성과 부정적 정서가 높아지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량이 20%나 격감하는 등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얼어붙고 있다. 미국경제는 테러사태 이전 이미 경기둔화 상태였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기회복대책을 앞당겨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발생 직후 중앙은행인 연준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개시장조작과 재할인을 통해 1천억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의회도 4백억달러 규모의 재해복구 및 전쟁수행 비용과 1백50억달러 규모의 항공업계 지원비용 등 재정지원을 신속히 의결했으며 앞으로도 기업 법인세 경감 등 추가적 재정정책이 국민적 지지하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 들어 8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연준리도 금융 및 자본시장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더욱 신축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재해복구를 위한 정보통신,자본재 및 건설 투자 등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전쟁상대가 특정 테러집단인 까닭에 걸프전 당시와 같은 유가급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예상되는 확대재정, 신축적 통화정책, 기업투자확대와 같은 정책적 노력과 자율화된 금융시장, 탄력적인 노동시장을 감안할 때 미국경제는 테러사태로 경기회복 시기가 지연되겠지만 내년부터 경제적 불확실성이 수그러들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이 진행되는 소위 '약세후 강세(weaker-now, stronger-later)'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태 직후 헌혈, 성금, 자원봉사의 긴 행렬을 보면서 외환위기시 금모으기운동에 동참한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노력이 새삼 떠올랐다. 행정부 의회, 그리고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냉철한 사고(cool head)'를 주장하는 미국을 보면서 공허한 심리상태에 빠져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진단과 정론에 입각한 정책 처방이라는 정공법이 가장 효과적인 위기대응 태세임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