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환율전망] 단기상승 뒤 소폭하향, "1,280∼1,320원"

2001년의 4/4분기를 맞이한 서울 외환시장의 기류는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국내외 정세외에도 시장 내부는 복잡 다단한 심리층을 형성하고 있다. 앞선 몇 년간 4/4분기에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도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최근까지의 환율이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시장을 움직일만한 주변여건이나 수급도 당초의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환율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 전개로 인해 색깔이 다소 다른 4/4분기 환율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월을 1,309.60원에 끝낸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오름폭에 대해선 조금씩 다르다. 아래쪽으로는 대체로 1,280∼1,290원에 지지선을 쳐놓고 있다는 점에서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추가 상승의 근거에는 경기 침체 가속화,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의 악화, 증시침체 및 외국인 순매도 증가 등의 경제적인 상황외에도 미국의 공습 가시화, 대외의존적 경제상황으로 인한 달러보유 심리 등을 들었다. 반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에는 외국인 직접투자자자금(FDI) 유입, 구조조정 현안 진전, 120억달러에 가까운 거주자 외화예금과 1,000억달러를 넘은 외환보유고 등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시장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공습 강도와 그 여진이다. 불확실성이 걷혀지 이후에나 각국 통화는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4/4분기를 함께 맞이한 시장의 첫 달인 10월의 환율은 최근의 상승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의 지속여부는 주변 환경과 수급상의 변화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대체로 연말까지 점진적인 하향세를 이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아니 기대감의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일부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환율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점치고 있기도 하다. 이번 4/4분기 환율은 '1,280∼1,320원'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추가적인 움직임은 오히려 위쪽으로 더 많은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연말 환율은 1,300원을 중심으로 소폭 내려선 수준에서 수렴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 단기 상승, 방향 잡기 = 지난 8월부터 거의 반경으로 굳어져 오던 1,280∼1,300원은 지난 3/4분기의 마지막주 흔들림을 가속화하면서 장중 2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서는 등 의외의 흐름을 보였다. 9월 마지막날에는 1,311.50원까지 올라 지난 7월 24일 1,314.50원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휴기간중 역외선물환(NDF) 달러/원 환율은 1일중 한때 1,318원까지 올라서는 등 급등세를 탔다. 달러/엔 환율도 미국이 올들어 9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한 덕에 120엔대로 올라선 상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현지시간 2일 연방기금(FF) 목표금리를 3.0%에서 2.5%로 50bp(0.5%포인트) 인하해 3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원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미국의 테러사태가 있기전까지 대부분 시장관계자들은 환율이 4/4분기에 하향 안정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돌발상황으로 인해 경제전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반응도 유동적으로 변했다. 특히 원화가 가진 특수성이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 최근 재연된 바 있기 때문에 미국 테러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어떻게 파급되는지 또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환율은 일단 10월중에 단기적으로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장 안개가 걷힐 듯한 미국의 공습 강행과 최근의 악화된 경제지표, 상승기대심리의 관성화, 외국인 자금유출 등은 당분간 상승 압력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또 국제 외환시장에서 테러사태이후 약세로 주춤거리던 달러화가 선진국 중앙은행의 공조에 힘입어 힘겨우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가세한다. 원화의 경우 최근 엔 강세를 무시하고 약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그 심리를 여실히 입증시켜줬다. 미국의 공습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줄어들었고 불투명해졌으나 파장은 사태 초기보다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국제 외환시장도 사태 이전의 거래량 수준을 회복했고 국내서도 일시적인 교전소식이 영향을 주기도 하나 게릴라전으로 공방이 이뤄진다면 시장반응도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공습의 방향성과 일시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영향을 과시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눈을 뗄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공습이후의 국제유가다. 유가 상승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확산여부가 환율 진폭을 변동시킬 것이다. 현재는 오히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소비감소를 반영하며 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일단 외환시장까지 미칠 수 있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공습전개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인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이에 따른 행동과 그 반경을 결정할 것이다. 다만 공습 전개가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일 뿐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반응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안정을 보인다면 우리나라의 달러선호심리도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고개를 치켜드는 달러에 대한 이상 선호도는 '별다른 일이 없음'을 확인한 이후에나 잠잠해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상황 우려, 하방경직성 다지게 할 듯 = 지난 8월 경상수지가 16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며 환율 상승 요인을 하나 더 덧붙였다. 연말까지 충분히 흑자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어긋나면서 달러 공급요인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경상수지가 9월이후 흑자로 반전될 지, 전자지속될 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변수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상승압력은 가중된다. 이와 함께 9월중 수출도 지난해 같은달보다 16.6% 하락, 7개월 내리 감소세를 이었으며 지난 6월 이후 넉달째 두자릿수의 큰 폭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9월중 무역흑자는 지난 7월(3억3,100만달러)과 8월(4억5,500만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8억8,6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째 흑자행진을 잇고 있으나 올해 무역수지 관리에도 일단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의 테러사태로 인해 연간수출의 27∼28%를 차지하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자취를 감춘 상태에서 당초 흑자 전망치인 130억달러는 커녕 100억달러도 겨우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들어 3/4분기까지 수출은 1,143억5,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70억5,400만달러에 비해 10% 감소했으며 수입은 1,190억4,100만달러에서 1,067억2,700만달러로 10.3% 감소, 올해 무역수지 누적흑자는 76억2,800만달러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분기별 수출은 △1/4분기 400억9,600만달러 △2/4분기 384억400만달러 △3/4분기 358억5,500만달러 등 예년과 달리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도 4/4분기 수출이나 경상수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더한다.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늦춰진 상태에서 경기침체의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환율에도 영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증시의 4/4분기 회복가능성도 뒤로 밀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의 유입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과연'이라는 의문부호도 나오고 있다. 대우차 등의 구조조정 현안이 풀리고 있으나 서울은행, 하이닉스 반도체 등 뇌관은 아직 완벽하게 제거되지 못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구조조정 현안의 진전과 함께 FDI를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고 있으나 이가 어그러질 경우 반동은 더욱 크게 부각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박상배 기업은행 대리는 "현재 시장의 불안심리에 덧붙여 경상적자 전환 가능성, 자본유출요인 부각, 역외헤지매수세로 인해 원화가 약세를 보이게 할 것"이라며 "환율이 오르는 속도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4/4분기 국내 경제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환율이 1,280원 아래로 내려서기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테러사태 진전에 따른 엔 강세 분위기, 경상흑자 지속 등 대외수급상의 공급 우위 등을 들어 1,2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을 들기도 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테러사건 전개여부가 하나의 관건이지만 대외수급상 문제없고 엔 강세는 원 강세 요인이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경우에 따라 1,250dnjsRK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상승 압력 완화 =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많지만 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근거도 상존한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바뀌긴 했지만 자본수지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우위가 연말로 갈수록 짙어진다면 수급상 큰 문제는 없다는 것. 또 120억달러 가량의 거주자 외화예금, 1,000억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고 등의 환율 상승을 꺾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환율 급등을 막을 수 있게끔 한다. 아울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바라지 않는 외환당국에서 시장불안감이 감지되는 대로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세를 거스를만큼의 강력한 개입은 불가능하지만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한 미세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수출을 걱정한 어느정도의 환율 상승은 용인하면서도 환율 상승이 물가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번 4/4분기 외환정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권한욱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입양상은 아래위를 함께 방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의 특수한 국제정세에서 발발한 달러보유심리의 부각은 현 상황 전개상으론 확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것繭?견해도 이에 가세한다. 유승선 외환은행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으로 테러를 당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엔 강세가 올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화 환율도 연말로 갈수록 내려갈 것"이라며 "엔-원 괴리현상은 99년 11월부터 3개월동안 1,100원을 유지한 적은 있으나 결국 연동성을 복구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3개월 이상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