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는 불황을 모른다] (1) 10대 이동통신 히트-KTF '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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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잘 나가는 회사, 잘 팔리는 상품은 있게 마련이다.
시장이 축소되는 불경기에 그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론 대박을 터뜨리기는 힘들다.
'히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은 경쟁자들과는 전혀 다른 '머리와 눈'으로 시장과 고객을 읽고 피와 땀을 흘린다.
그 결과 마침내 일류 반열, 최고 자리에 올라선다.
'신두뇌' '신시각'이야말로 불황을 이기는 키워드다.
'불황타개 노하우'를 습득한 일류들의 성공비결을 시리즈로 엮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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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이동통신시장 빅 히트 - KTF '비기' ]
휴일인 7일 저녁 서울 신촌에 자리잡은 한 패스트푸드점.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청소년 대여섯명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열심히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KTF의 10대 전용 이동통신서비스인 '비기(Bigi)'를 이용해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중3년생인 이동헌군(15)은 "비기를 이용하면 월 사용한도 내에서 문자전송이나 음성통화를 마음대로 할수 있어 10대 사이에 큰 인기"라고 말했다.
KTF의 '비기'가 뜨고 있다.
이군의 말처럼 10대의 입맛에 맞게 상품을 만든게 성공비결이다.
'비기' 브랜드는 주 타깃고객인 1318(13세부터 18세까지) 세대를 형상화한 것.
B는 1과 3을 합친 것이고 i는 숫자 1, g는 8을 형상화했다.
마지막 i는 우리말로 '아이', 또는 영어의 I(나)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점점 커가는 나'(Big I)쯤으로 풀이할수 있다.
주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KTF가 13~18세를 대상으로 한 10대 전용브랜드 '비기'를 선보인 것은 지난 8월초.
'비기'는 출시후 두달 가까이 동안 6만5천명(9월25일 현재)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10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쟁사의 'TTL팅'과 '카이 홀맨'은 가입자가 각각 3만명, 1만5천명에 그쳤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비기가 59%, 'TTL팅' 27%, '카이 홀맨' 14%로 비기가 1위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3사의 점유율이 SK텔레콤 50.88%(9월말 기준), KTF 33.66%, LG텔레콤 15.46%인데 비추어 10대 쥬니어 시장에서 KTF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KTF가 10대 시장을 장악하게 된 비결은 두 가지.
첫째, 전용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층을 특화한 것이 주효했다.
둘째 비결은 10대들의 입맛에 맞게 상품내용을 차별화한 것.
특화 선점전략이 적중 =이동통신 서비스 전체 시장에서 SK텔레콤에 뒤진 KTF는 시장을 세분화, 10대 이동통신서비스라는 시장을 새로 일구는 전략을 택했다.
바로 '2등이 1등을 따라잡으려면 먼저 뛰어들어 1등을 할수 있는 새 시장을 개척하라'는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의 마케팅비법을 따른 것이다.
10대 시장에서 특화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KTF는 기존의 '나(Na)' 브랜드와는 별도로 '비기'라는 전용브랜드를 창안했다.
경쟁사들이 기존의 'TTL'과 '카이'를 확장시켜 'TTL팅'과 '카이 홀맨'이라는 서브브랜드를 내놓는 전략을 채택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간 것이다.
이것이 적중하면서 KTF는 주니어시장의 리더로 떠오르게 된다.
KTF 마케팅전략담당 손창호 상무는 "휴대폰 보급률이 55%를 넘어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마당에 10대 시장은 남아 있는 유일한 시장이라는 점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13~18세의 휴대폰 가입률은 약 35%.
부모 명의로 가입한 10대를 포함해도 45%선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휴대폰보급률보다 10%포인트정도 뒤떨어지는 셈.
매달 약 5만명 가량이 신규가입하는 추세다.
10대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함께 KTF는 10대 고객이 가진 '평생가치'(Customer Life Time Value)에 주목했다.
'고객의 평생가치'는 한 고객이 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오래 사용해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다.
휴대폰시장의 경우 한번 가입하면 쉽사리 번호를 바꾸지 않는 경향을 감안하면 고객 평생가치는 엄청나다고 할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이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10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요금정책도 10대 입맛에 맞게 =KTF '비기'의 인기 두번째 비결은 10대들이 자유롭게 휴대폰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비기' CF를 만든 제일기획의 박여경 AE는 "10대들의 휴대폰 사용을 분석해 보면 문자메시지 전송과 음성통화 비율이 8대 2 비율로 문자서비스 이용이 압도적"이라며 "이 점에 착안해 '비기'는 월 정액 한도내에서 음성과 문자를 마음대로 조절해 사용할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기'는 '비기 알(r) 18,000' '비기 알(r) 24,000' 두 종류가 있다.
'18,000' 상품은 1만8천원을 내면 '알'을 1천8백개, '24,000'은 2만4천원에 2천5백개의 '알'을 준다.
음성통화는 10초당3알, 문자메시지는 건당 2알이 까진다.
18,000 상품의 경우 30분 통화에 6백30건의 문자메시지 전송이 가능한데 문자전송을 줄이는 대신 음성통화를 더 오래하거나 반대로 음성통화를 줄이는 대신 문자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경쟁제품인 'TTL 팅400'이나 '카이 홀맨' 상품은 음성과 문자 사용한도가 미리 정해져 있어 한도가 넘으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수 없다.
예를 들어 월 1만6천원인 '팅400' 상품의 경우 음성 30분에 문자 4백건의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는데 30분이 넘는 통화는 문자 서비스를 다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통화시간대에 따라 10초당 18~39원의 요금을 따로 내야 해 고객입장에선 아무래도 불편하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