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패망 '秘史'] (23) 'BFC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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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C가 세간에서 생각하듯 그렇게 비밀스런 조직은 아니다.
취재팀이 시리즈 이번 회의 제목을 '비밀의 BFC'로 붙인 것은 BFC가 알카에다 같은 비밀스런 결사조직이어서가 아니라 그 활동이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우는 BFC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 역할을 극도의 보안사항으로 분류해 왔다.
BFC는 지난 81년 (주)대우 런던법인의 금융파트가 설치한 텔렉스 코드의 이름이었다.
당시 본.지사간 주요 통신수단이었던 텔렉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서마다 텔렉스 코드가 필요했고 런던 금융팀이 코드명 'BFC'를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BFC는 (주)대우가 체이스맨해튼 등에 개설한 해외 계좌 또는 그 계좌를 관리하는 조직을 총칭하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실체도 명확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많은 직원들이 BFC 업무를 담당해 왔고 대우와 거래하는 외국계 은행들도 BFC의 성격을 잘 알았다.
BFC의 역할 또한 제한적이었다.
본사의 지시를 받아 집행하는 전문가 역할에 충실했다.
팀장이 정식 이사가 아닌 이사부장(다른 기업의 이사대우)이었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대우 국제금융팀은 해다마 전 해외법인의 금융담당자 회의를 열어 그룹 전체의 자금운용계획을 수립했고 BFC를 통해 실행시켰다.
다만 김 회장의 세계경영이 본격화하면서 통제영역이 비대해졌다.
나중에 각 기업의 회계 책임자들이 BFC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하는 데는 약간의 '진실과 다른 말'이 섞여 있는 것으로 취재팀은 본다.
지난 90년 이후 BFC를 통한 자금거래는 모두가 전산처리돼 있고 금융감독원도 올 4월 현지실사에서 외국계은행의 입출금 내역서와 전산자료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외국계 거래은행들과 BFC 명의의 계좌를 통해 수없이 자금을 주고받고도 "나는 몰랐다"고 말한다면 뭔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있는 일부 인사들은 "나는 몰랐다"고 증언하는 과거의 고위 경영진들에 대해 적지 않이 서운해 하고 있다.
BFC의 부실이 '98년 이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피고는 마지막 순간에 운 나쁘게 그 자리에 있었던게 죄과의 전부다.
어떤 책임자는 마지막 순간에 그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로 법망은 물론 도의적 책임까지 빠져 나갔다.
그것은 대우비극의 또 다른 단면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