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베이징 '美공습은 남의 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사일 세례 계획을 최종 마무리하고 있었을 7일 밤.베이징(北京)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2002년 월드컵 예선전에서 오만에 승리,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는 심야까지 폭죽소리가 요란했고,화려한 불꽃이 가을 밤하늘을 수놓았다. 시민들은 술집 곳곳에서 공짜 맥주파티를 열기도 했다.톈안먼(天安門)광장은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열광한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지난 7월 2008년 월드컵 유치 때와 유사한 풍경이다. 그들은 불과 몇 개월 사이 시민들이 열광하는 축제를 두 번씩이나 벌였다. 8일 아침 베이징 가정에는 호외신문이 배달됐다. 호외를 찍은 이유는 미국 폭격이 아닌 축구 때문이었다. 베이징청년보 호외판 전면에는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든 중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아프가니스탄 폭격 뉴스는 '미국 전쟁 개시(美國開戰)'라는 제목으로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최소한 베이징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서민)들에게 미국 폭격은 남의 일인 듯 싶었다. 7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공업 과학기술 논단'이 열렸다.중국 국무원(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의 왕멍쿠이(王夢奎) 주임이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중국이 수 년 내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 경제의 정체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5,6위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왕 주임은 "미국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간 이룩한 내수위주의 '자력 성장'을 발판으로 7%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인 왕 주임의 말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미국의 경기불황,이로 인한 세계경제의 동시 불황이 오히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세계가 시끄러운 지금.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겉으로는 조용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힘이 꿈틀대는 '정중동(靜中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