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매출 뻥튀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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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항만청에는 외국 방문객들의 견학과 시찰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이란 명성 때문에 노하우를 배우려는 아시아 각국 인사들의 발길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곳 책임자들은 유독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꺼린다.
이유는 하나.
오는 손님마다 똑같은 질문을 해대기 때문이다.
대답하기가 지겨울건 당연한 일.
반면 일본에서 오는 방문객들의 질문 내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기존 방문자의 정보가 자국안에 어떤 형태로든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흔히 정보화 사회의 필수 요소로 정보 공유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 전제조건은 물론 정확한 정보의 축적이다.
정부 민간 기업 등 각 경제주체가 축적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경제주체의 시행착오를 막아 한정된 자원을 최적의 상태로 배분토록 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빅3'가 이끌어가는 유통업계는 마치 싱가포르항을 찾는 한국 방문객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관행처럼 굳어진 '매출부풀리기'도 이같은 소아병적 사고의 산물이다.
세일이나 명절이 끝난뒤 영업부서와 홍보실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매출자료를 얼마나 뻥튀기할지를 고민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사 최고경영자들의 비뚤어진 자존심이 짙게 작용한다.
경쟁업체에 대한 강한 불신도 '분식 매출'을 유혹하는 요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이 유통업계는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진다.
외부에는 저질 집단으로 비쳐지고 업계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유통산업은 시장 규모가 1백조원을 넘어서고 GDP(국내총생산)의 20%를 감당하는 거대 산업으로 변모했다.
불경기의 여파로 수출이 맥을 못추는 가운데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유일한 보루다.
업계나 최고경영자들이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려면 스스로를 존중할줄 아는 미덕부터 갖춰야겠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