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앨리스 암스덴 <MIT 석좌교수> .. 中國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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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암스덴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석좌교수의 집은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학 북문 바로 옆에 있다.
3층짜리 평범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집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노교수는 직접 커피를 끓여줬다.
조각난 타일을 컵 받침으로 사용하면서 "좋은 아이디어 아니냐"고 묻는 그에겐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소탈함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곧바로 '교수님'으로 돌아왔다.
답변마다 세계경제를 아우르는 폭넓은 식견과 통찰력이 가득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미국 경제보다 훨씬 낙관적"이라며 그 이유를 "실력있는 재벌들이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앞으로 미국 배우기보다는 중국 알기가 한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대담=육동인 뉴욕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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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테러사건에 대한 평가가 여러가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지요.
"미국의 외교정책이 다른 나라들의 정치 경제 문제들에 둔감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특히 아랍 국가들과 팔레스타인을 너무 몰랐지요.
그동안 미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친이스라엘적이었고요.
결과적으로 아랍 국가들을 화나게 했고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종교적인 테러를 감행케 한 것입니다.
앞으로 외교정책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겠지요"
-테러사건 이후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장.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지요.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지금은 90년대 발생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초기단계여서 정상적인 회복과정에 들어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르고요.
미국의 경기하강은 세계경제의 발목을 더욱 붙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후발국가들의 부흥(The Rise of the Rest)'이란 저서에서 2차대전 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등 후발국가들의 성장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최근 들어 다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중국 인도 대만 등은 자체 자본으로 생겨난 민간기업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 삼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경영이 잘 이루어지고 공격적이며 신기술에도 아주 민감합니다.
이런 기업들이 국가 경제 성장에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입니다.
반면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의 경우 큰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는 앞으로 성장이 상대적으로 후퇴하고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결국 민족자본으로 유지되는 기업의 존재여부에 따라 후발국의 범주가 다시 나눠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97년 금융위기를 겪었던 한국이 요즘 다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자신감마저 상실하는 듯한 분위기이고요.
"97년 한국의 금융위기는 지나친 낙관론에 의한 과잉투자가 불러일으킨 위기였습니다.
그것은 비효율이나 경영실패 또는 기술부족 때문에 발생한 위기가 아니지요.
따라서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문제들이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경제시스템에서 무엇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정부정책 금융시스템 기업지배제도 등이 현대화되어야 합니다.
물론 현대화가 자유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현대화와 자유화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테러사태에서 회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자유화됐다고 아무런 기능이 없다면 곤란하다는 얘기지요.
정부는 힘과 유능한 인력을 보유하고 관료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략과 계획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부문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야만 정부와 민간부문 둘 다 보다 효율적이고 강해집니다.
정부계획과 자유시장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장 우수한 경제를 꽃피울 수 있지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북한 통일을 보는 시각과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인 효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북한은 자본과 노하우 기술이 필요하고 남한은 저임금 노동력과 시장이 필요합니다.
남과 북이 상호 보완작용을 할 수 있지요.
다른 나라 경제가 잠자고 있는 동안 남북한이 이런 과정을 시작하면 통일한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중국 베트남 등 계속 성장하는 나라가 주변에 있다는 것도 상당한 장점입니다.
한국은 이제 미국보다 이들 국가와 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통일은 경제를 한 단계 더像還쳔객?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고요.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보다 훨씬 낙관적입니다"
-대우그룹이 무너지는 등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인 재벌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재벌들이 다시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엔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재벌은 한국 경제의 기초이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앞으로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금 재벌이 어려운 것은 기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지요.
재벌의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나 1세대는 강력한 오너가 있고 역동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2세대는 1세대에 비해 덜 역동적이고 다루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지요.
기업 규모도 너무 커져서 전문적인 경영을 필요로 하고요.
3세대로 가면 경영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전문경영뿐 아니라 보다 깊은 전문화,주식시장을 통한 소유구조 변화 등이 필요해지지요.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도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기업들이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그 기업이 어떤 종류냐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전문화를 해야 할 것이고 어떤 회사는 사업다각화를 해야 하지요.
전문화를 하느냐 다각화를 할 것이냐는 상품 경영방식 연구개발(R&D)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사업다각화보다는 업종전문화가 정부로부터 더 높은 점수를 따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초기의 이른바 '빅딜'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고요.
"기본적으로 빅딜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한국기업들의 덩치가 아주 작습니다.
포천지 5백대 기업에 드는 한국기업도 많지 않고요.
원칙적으로 빅딜은 전문화를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기에 어느 정도 적합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기업간의 문화가 아주 다르기 때문이지요.
밀어붙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업다각화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가 후퇴할 경우에는 사업다각화를 추천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한국 상황에서는 업종전문화보다는 사업다각화가 더 어울린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많은 재벌들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분야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룹차원에서의 다각화는 사업팽창과 안정성이라는 면에서 아주 긍정적입니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아주 바람직합니다.
전문화를 이룩한 미국과 일본의 거대기업들을 보면 그들의 전문화는 아주 획기적인 혁신과 더불어 시작되었지요.
전화를 발명한 에릭슨이 계속 전화라는 상품 전문회사로 남아 있는 식입니다.
기술을 지배하지 못하는 전문화는 아주 위험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재벌들이 다각화를 통해 발전하고 팽창한 이유이지요.
한국의 산업구조가 미국이나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취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각화와는 조금 다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재벌의 은행소유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 소유구조는 혼합형이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국영은행, 기업이 지배하는 민간은행, 기업에 지배되지 않는 민간은행, 외국은행들이 섞여 있어야 좋지요.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는 것은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은행이 공존하고 또 금융기관간의 업무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지요"
-최근 들어 '지식(knowledge)'과 '정보(information)'의 차이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계신데요.
"정보는 사실이고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반면 지식은 회사의 특성이나 지적 재산, 회사에 고유한 것들을 말합니다.
이것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지요.
다시 말해 은밀한 무언의 지적 재산이라는 얘기지요.
한국의 재벌들은 그동안 지식에 기반한 자산들을 개발하여 왔습니다.
사업능력을 키우고 신시장을 확보하였으며 고유의 브랜드네임으로 상품을 판매했고요.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