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공격] '공습 3일째...확전시사 안팎'

미국의 군사보복이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다른 나라로 확전될 가능성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 공습 이후 이번 전쟁의 공격대상을 다른 나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적극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 등에 대한 확전을 놓고 미 행정부내에서도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고 아랍권은 물론 상당수 우방국들로부터의 반대가 예상돼 확전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연대 결성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아프간공습 확전되나 =미국은 8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대사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공격을 받은 국가에 대해 자위를 허용하고 있는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라 아프간을 공격했다"며 "우리는 자위를 위해 다른 조직이나 국가들에 대한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라크 등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7일 아프간 공습을 발표하면서 "전선은 넓다"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확전과 관련, "공격대상이 될 수 있는 나라들의 리스트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확전에 대한 우려감을 높였다. 이스라엘의 비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주도의 테러 보복전쟁이 이라크로 확전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확전의 걸림돌 =확전에 대한 미 우방국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은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빈 라덴과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이외로 공격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공격대상을 아프간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에따라 확전추진이 자칫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연대를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외교관들은 군사공격이 이라크에까지 확대되면 미국에 제한적이나마 영공까지 개방키로 한 러시아도 미국에 등을 돌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아프간 공습만으로도 이슬람권에서 반미시위가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확전은 반미감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 영공을 개방한 파키스탄에서는 9일 격렬한 반미시위로 3명이 사망한데 이어 이슬람단체들이 12일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돼 내전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집트에선 학생 1만여명이 모여 아프간 공습을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수천명의 학생이 시위를 벌여 2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까지 빚어졌다. 거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과격 이슬람단체들이 성전을 위한 지하드(聖戰) 전사 3천명을 아프간에 급파하기로 한데 이어 미국을 포함, 서방국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함자 하즈 부통령이 이들 이슬람단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미국 지지를 천명한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알력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유럽을 중심으로 반전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미국의 확전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시민 1천여명이 좌파동맹 이스키에르다 우니다가 주최한 시내 중심가 반전집회에 참가,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보복공격에 항의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