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집어들면서 하루 영업 시작하죠"..12년째 구독 '박문규 사장'

[ 12년째 한경구독 세운상가 마포전자 박문규사장 ] "역시 경제와 관련된 소식이 제일 관심사죠.매일 아침마다 한손으로는 셔터를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한국경제신문의 1면 기사를 보면서 하루의 경기를 점치는게 10수년 일과가 됐습니다" 서울 종로3가 세운상가에서 전기관련 기자재 판매업체인 마포전자를 운영하는 박문규 사장(53)은 "한경 매니아"다. 가게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퇴근하는 오후 7시까지 한경을 항상 옆에 두고 틈틈이 읽는다. 주문이 밀리고 손님이 많아 미처 다 못 본 신문은 버리지 않고 따로 쌓아뒀다가 다음날 다시 펼쳐 본다. 독법(讀法)을 향기에 비유하면 은은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녹차향이라고나 할까. 정기구독을 시작한 것은 1990년.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처음엔 아는 사람의 권유로 그저 몇개월 볼까 하는 생각에 받아본 게 어느덧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허전할 만큼 친해졌다. 집에서 다른 신문 한부를 더 구독하기는 하지만 큰 제목만 간단히 훑어보고 나오는 정도다. 거의 모든 정보는 한경에서 얻는다. "월 1만원에 이만한 경제 교과서는 어디에도 없다"며 박 사장은 웃는다. 출근하자마자 한경부터 손에 쥔다. 1면 머리기사에서 간밤의 이슈를 체크하고 곧바로 정치면을 펼친다. 경제신문 독자치곤 다소 의외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가 잘 돼야 우리같은 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한다. 경제 현안이 정치권에서 제대로 처리되는지 감시하는데 한경만한 신문이 없다고. 여야가 대화로 해결하면 될 일을 멱살잡이로 대신할 땐 답답함과 한심함이 교차한다. 이런 점에서 11일자 창간 37주년 특별기획인 '2002년 대선 여론조사'중 '경제는 대통령 필수과목'이란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경제·금융·부동산·벤처란은 눈여겨 본다. 어떤 은행에 돈을 넣어야 안전하게 수익을 낼지,당·정의 경제운용 지침은 뭔지,집값은 오르는지,어떤 신상품이 나왔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어려운 경제 얘기를 서민 입장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게 마음에 꼭 든다고 한다. 주식은 시세판을 쳐다볼 여유가 없는데다 손해볼 염려가 있어 일절 손을 안댄다. 사회면은 취업난과 세태를 접할 수 있어 꼼꼼히 읽는다. 장사를 하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란 생각에 건강면은 빼놓지 않는다. 오피니언란의 사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쓴 다산칼럼 및 한경시론을 읽다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느껴 무릎을 칠 때가 많다고 한다. 골프면 역시 관심 분야.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집 근처 골프연습장에 나가는 박 사장의 평균 타수는 86타. 아마추어 골퍼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을 쌓는데 한경 골프기사 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요즘엔 문화면에 연재되는 산중한담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스스로 불자(佛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소개해줘 찌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산중한담과 골프면,건강면은 오려두고 몇번씩 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지표와 서민들의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 대부분의 언론이 서민의 정서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한경부터 현장의 경제 흐름을 짚어줘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현재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살고 있는 박 사장은 5대째 서울 토박이.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