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 기술.노하우 수출이 경쟁력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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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퀄컴사.
한때 삼성과 현대에 인수요청을 했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던 기업이다.
그런 퀄컴사가 언제 그랬냐는듯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휴대폰 등 이동통신 단말기에 필요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원천기술을 개발,보유한 덕분이다.
최근엔 이 기술이 세계 이동통신 제품의 표준기술로 자리잡으면서 퀄컴은 더욱 기세등등해지고 있다.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자랑하는 삼성,LG등 국내 기업들은 CDMA 단말기를 생산해낼 때마다 퀄컴에 로열티(기술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연간 CDMA 단말기 매출액의 약 9%를 퀄컴사가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만히 앉아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바로 기술수출의 힘이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이나 물량 및 가격위주의 수출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기술수출 등 선진국형 수출은 극히 드물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9년 현재 한국의 경상수지 계정상 로열티 해외지급액은 26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로열티 수입액은 4억5천만달러에 불과,22억1천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중은 지난 96년 2.75%로 높아졌으나 이후 99년엔 2.46%로 오히려 낮아졌다.
그만큼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저조했고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도 소홀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술수출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해외 수출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데다 보호무역주의까지 고개들어 무역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저임금을 등에 업은 수출가격 경쟁력엔 더 이상 기댈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1천4백16달러로 중국의 88달러에 비해 16배나 높았다.
중국이 저임금을 무기로 한 수출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최근 들어 기술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SK는 올들어 중국에 공장운영 기술을,삼성중공업은 미국에 선박건조 기술을 수출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5월 미국의 세계적 석유.가스회사인 코노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이 회사가 지정한 앨라배마 조선소에 로열티를 받고 선박건조 기술을 제공키로 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기술수출 계약으로 선가의 10%에 달하는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 미국 조선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조선박은 셔틀탱커선(원유운반선).
삼성중공업은 척당 건조가격이 9천만~1억달러에 달하는데다 향후 신규 수요를 고려하면 초기엔 연간 8백만~9백만 달러,이후엔 1천만달러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진달 무역협회 조사팀장은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의 기업에 추격당하지 않고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면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수출을 핵심 수출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