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茶山경제학賞] 홍원탁 교수 수상 : '수상 소감'

다산 경제학상을 받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것은 "아니 내가 어떻게 해서…"라는 생각이었다. 지난 95년 말 튀니지에서 개최된 제 11차 국제경제학회(IEA)에 초청 발표된 '선진경제화:동아시아 경험의 교훈(The Catching-Up: Lessons of East Asian Development)'이라는 제목의 내 글이 다섯 권에 달하는 11차 학술대회 논문집 중 첫째권의 첫 논문으로 출판됐을 때 스스로 자랑스러운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90년대 말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을 불러온 우리 경제의 혼란상을 겪고 보니 지금 내가 같은 제목으로 글을 다시 쓴다면 좀 다르게 쓸 것 같아 이제는 오히려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의 경제학자가 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외국 일류 대학에서 뛰어난 내용의 학위논문을 쓰고 상당기간 활발하게 논문 발표를 해오던 사람들도 일단 귀국하고 나면 극소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 발표를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한국도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 학술지를 자체적으로 출판할 수 있어야 한다. 1986년 초 한국국제경제학회는 나한테 세계적인 학술지 발행이라는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노력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87년부터 1년에 네번씩 영문학술지를 출판해온지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갈 길은 먼 것만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그 누군가가 안정적인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서 젊고 유능한 우리 경제학자들에게 세계적인 학술지 발행 임무를 새삼 부여해 줄 것을 호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