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코너] '선택과 집중' 심각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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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선택과 집중'이란 용어를 남용한다.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이 예산과 관련해 그러하고,산자부 과기부 정통부 중기청 등 산업지원 부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아가 정부는 기업들에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요구하고,여기에는 공정위도 가세한다.
어찌보면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크고 강력한 정부의 역할이나,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만일 선택과 집중이 '작은 정부론'과 사실상 동의어라면 정부는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실제로 선택과 집중은 '작은 정부론'이 등장하면서 나왔다.
80년대 후반부터 제기된 '작은 정부론'이란 민영화 규제완화 간섭철폐 등으로 민간의 활력에 맡길 것은 맡기면서 과감히 철수하되,정부는 반드시 해야 할 일만 가려서 제대로 잘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선택'이고,'제대로 잘하자'는 것이 '집중'이다. 선진국 정부의 선택과 집중 사례를 보면,기업에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유로운 기업환경 조성에 나서고,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할 연구와 교육 등에 집중 투자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가 오해하는 것은 또 있다.
특정 신산업,즉 정보·생명·나노·환경·문화기술 등에 투자를 몰아 가는 것을 선택과 집중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선택과 집중은 어디까지나 기업을 중심으로 생각할 일이다.
기업이 부족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의 협력을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것은 특정한 기초ㆍ원천기술의 투자확대로 나타날 수도 있고,인력이나 시스템 개혁 또는 구조적 전환 문제일 수도 있다.극단적으로 말해 전략적 분야라도 민간이 내버려 두라면 정부가 선택하고 집중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결국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그 포트폴리오와 내용이 오로지 민간의 역량이나 요구에 따라 달라져야 할 성질의 것이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 전혀 아니고 보면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정말 겸손하게 '민간주도'를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