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구조조정 결산] '급류타는 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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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발효되면서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촉진법에 반영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채권단 태도도 변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 벽산건설 일동제약 등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를 이룬 기업들이 잇따르자 채권단에선 '채무조정을 잘 해주면 기업도 살고 채권단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살리는' 구조조정과는 달리 상시퇴출제도 결과는 여신 5백억원 이하 법정관리 회의업체 중심의 '죽이는' 구조조정으로 드러나 대조를 띠고 있다.
◇ 급물살 타는 대기업 구조조정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의 골칫거리중 하나였던 쌍용양회는 채무재조정작업 1년여만인 최근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채권단이 1조7천억원의 출자전환, 2천억원의 신규자금 지원, 이자 감면 등 채무조정안을 확정한 것.
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권단은 또 워크아웃중인 고합의 처리 방향도 사실상 확정했다.
그간 두차례에 걸친 채무조정과 달리 이번엔 사업분할 방식을 택했다.
핵심 사업(석유화학)과 비핵심 사업을 분리,핵심은 살리고 비핵심은 매각 또는 청산키로 했다.
오는 18일 최종 방안이 확정된다.
현대석유화학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처리될 예정.
채권단은 전체 회의를 통해 오는 20일까지 채무행사를 유예하는 한편 3천억원 출자전환 등 지원안을 17일 결의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상태인 신동방도 이달중 3천7백억원 출자전환 등의 채무재조정안을 이달 하순께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남광토건은 출자전환(1백27억원) 채무유예(1천4백80억원) 금리인하 등의 채무재조정안이 최근 확정돼 내년초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된다.
◇ 빨라지는 배경 =부실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산업은행 이윤우 이사는 "채권단은 그간 수십차례 부실 기업을 처리하면서 늦으면 늦을수록 부담만 커진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하는게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측도 내년의 정치·사회 일정 등을 고려,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작업은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논란을 빚었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까지 제정하면서 채권단에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부작용 없나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채권단의 희생을 등에 업고 퇴출을 모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전문가는 "경기가 되살아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더 큰 부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들은 "최근 구조조정은 예전처럼 특정 기업을 무조건 살리는게 아니라 철저한 사업전망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