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트렌드] '퓨전 룩'이 몰려온다 .. '秋冬시즌 이렇게 입어라'

2001년 가을 겨울 패션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믹스 & 매치 (Mix & Match)'다. 서로 다른 스타일 또는 다른 소재의 옷과 소품을 이리저리 뒤섞고 또 함께 어울려 입는 것, 그것이 이번 추동시즌 멋내기의 공식이다. 올 가을 패션시장의 특징은 유행요소가 그 어느 때보다 많고 다양하다는 것. 분명한 주제 하나가 전체 패션계를 이끌었던 여느 때와는 다르다. 낡고 오래돼 보이는 빈티지룩이 선보이는가 하면 멀쩡한 옷에 구멍을 뚫고 꿰맨 듯한 그런지룩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개성강한 펑크, 화려하고 여성적인 로맨티시즘, 중성적인 이미지의 앤드로지너스 등의 단어도 트렌드를 말할때 빠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유행요소들이 둘 또는 셋씩 짝지어 함께 선보인다는 사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티지 스타일로만 꾸미는 것은 50년전 패션이다. 21세기 멋쟁이는 색 바래고 구김이 간 가죽 재킷에 고급스러운 실크 블라우스를 어울린다. 즉 '믹스 & 매치'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아야 신세대 패션리더로 불릴 수 있다. 히트 브랜드와 유능한 디자이너 또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닌 '스타일링 솜씨'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믹스 & 매치의 열풍은 거세다.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추동시즌 트렌드와 그에 맞는 믹스 & 매치를 살펴보자. 부드러움과 딱딱함의 대비 하드&소프트. 그 극과 극의 대비가 만나 멋진 스타일링을 탄생시켰다. 부드러운 천과 딱딱한 천을 함께 어울리는 방법은 이번 시즌 가장 인기있는 코디네이션중 하나다. 패션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가 발표한 드레스는 레이스와 새틴 쉬폰 등 세가지 천으로 구성됐다. 구치는 두꺼운 모직과 부드러운 새틴이 함께 한 치마를 내놓았다. 옷감이 다른 여러 아이템을 같이 어울려 입는 것도 인기다. 셀린느는 레이스 달린 치마에 면셔츠를 상의로 입고 그 위에 두꺼운 모피를 껴입는 겨울패션을 제안했다. 여성복 ab.f.z의 양일지 디자인 실장은 "소재를 달리하되 색상을 통일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으면서도 세련돼 보인다"고 조언했다. 같은 검정색이라도 쉬폰 모직 가죽 스웨이드 벨벳 실크 등 천의 종류에 따라 광택과 느낌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하라는 말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결합 여자옷일까, 남자옷일까. 해답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듯하다. 여성복안에 남성복 장식이 살짝 숨어들어가 서로 함께 어울린 스타일이 점점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미니스커트에 남성복 포켓을 달았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여성용 실크 바지에 턱시도 라인을 넣었고 남성카디건에는 남성용 드레스셔츠칼라와 소매장식을 넣었다. 입생로랑은 무릎까지 길게 늘어지는 턱시도 재킷 안에 잔뜩 주름이 잡힌 플라멩코 치마를 매치시켰다. 발렌시아가도 딱딱한 남성 재킷 밑에 발레리나 의상처럼 풍성한 치마를 입혔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 시대를 분간할 수 없는 옷차림도 유행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첨단 스포츠웨어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풍의 고전적인 옷과 자리를 같이 한다. 또는 60년대 히피들이 입었을 법한 인디언풍의 성글게 짠 니트 원피스와 90년대 유행한 퓨마 운동화가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믹스 & 매치 패션에는 일정한 법칙이 없고 한계도 없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