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야 나라가 산다] 제2부 : (8) '무소불위 조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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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불위 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
기업들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부처로 인식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이 없는데다 조사권도 국세청을 빼면 어느 부처보다 강력하다.
게다가 공정거래법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어서 공정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실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여차없이 공정위의 조사가 뒤따르게 된다.
'직권 조사'라는 무기도 있다.
별다른 신고가 없더라도 공정위 자체 판단으로 어떤 기업이든 조사할 수 있는 제도다.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언론사 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국 직원 30여명은 항시 공정거래위원장의 직권조사 명령에 대기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공정위의 조사는 까다롭기 그지 없다.
해당 기업에 직접 찾아가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을 근거로, 필요하다 싶은 자료는 '영치권'을 사용해 압수해 간다.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할 때는 '계좌추적권'까지 이용해 자금 거래내역을 낱낱이 분석한다.
기업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꺼리는 데는 공정위 조사관들의 고압적인 태도도 한몫 한다.
A기업 담당자는 "요구한 자료를 제시간에 제출하지 못하면 원본을 다 빼앗기기 때문에 밤을 세워서라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년 9월에는 삼성카드 직원이 공정위 조사관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반발해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들이 공정위를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징금에 있다.
한번 적발되면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피할 수 없다.
개중에는 공정위의 '과욕'이 부른 석연치 않은 과징금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말 11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담합해 올렸다는 이유로 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
당시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일정수준 이상 올리지 말라는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똑같이 올렸지만 공정위는 이를 담합으로 몰아붙였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법원에서 '공정위 패소' 판결을 받은 뒤였다.
손보사 관계자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업계가 적자에 허덕이는 마당에 이같은 대규모 과징금은 업계를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탓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지난 97년 17억원에서 △98년 1천2백74억원 △99년 1천3백76억원 △2000년 1천4백83억원 △2001년8월 말까지 1천4백64억원으로 늘고 있다.
공정위는 오히려 "과징금 부과액이 작아 처벌의 효과가 작다"며 지난 6월 과징금을 대폭 올리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은 지난달 11일 서울 고법이 '이중 처벌' 및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 심판을 제정해 현재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 상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