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日 새로운 經協과제 .. 후쿠가와 유키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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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앞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아직은 그 성과가 불명확하지만,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구조개혁에 좀더 용기를 갖게 됐다.
일본과 한국의 구조개혁은 어떻게 다른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무엇인가.
다시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은 무엇일까.
일본과 한국의 경제위기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채의존 과잉설비 문제,스스로 자초한 구조적 결함,뇌리에 박힌 성공 경험으로 인한 궤도수정의 어려움,사회 각 분야에 얽혀진 복잡한 이해관계가 그것이다.
여러 외국인 투자자들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닮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고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
한국이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 때문에 생겨난 부채구조의 개선과정을 IMF 처방에 충실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새로운 형태의 부채와 싸우고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거시정책을 잘못 운용한데서 발생해 누적된 결과다.
세계화와 IT혁명의 진전에 따른 극심한 가격인하 디플레 현상은 현재까지도 부채누적을 증가시키고 있다.
한국의 문제가 시장경제체제의 기본 틀이 성숙되지 못한데서 온 것이라면,일본의 문제는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에 더 큰 원인이 있다.
한국의 구조개혁이 합의 도출이 어렵고 일관성이 부족한 이유로 도전 받고 있다면,일본은 리더십의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현재 우려는 '인구 노령화'라는 다른 차원에서 시작됐다.
고이즈미 개혁이 민간부문의 부채를 어느 정도 처리 가능하게 한다하더라도 정부부채는 이미 심각한 상태여서 정책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정보통신관련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낡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성과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지금 일본이 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미래의 향방에 대한 청사진이며 그에 대한 신뢰감이다.
실제 그러한 청사진은 오래 전에 이미 발표됐다.
일본은 성숙한 경제로서 자산관리 '스톡'경제로 이행해야지,아시아의 신흥국가들과 성장추구 '플로'경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즉 일본은 지식기반 산업으로 이행해 축적된 기술 스톡으로부터 성과를 내서 동아시아 경제가 활력을 다시 얻도록 분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개인 서비스,환경산업,지식기반제조업 같은 분야를 주력 성장엔진으로 삼는 자산관리 '스톡'경제로 이행해 가면 동아시아국들엔 새로운 산업발전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개방형 구조설계와 부분완결형 배분체계가 결합된 제조업으로 일본과 아시아가 연결되면 하드웨어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 협력에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표준화는 지역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이전을 촉진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일본 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들은 한국기업의 글로벌 시장 수출이 확대되어 분업의 이익으로 사업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오로지 이러한 경쟁의 격화만이 일본으로 하여금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할 것이며,한국은 도전자 역할을 할만한 보상을 여러 면에서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구조개혁은 상당한 크기의 정보통신 관련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수요를 창출,한국이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협력해 경쟁력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면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구조 개혁을 도우면서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의미의 도전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일ㆍ한 관계는 아마도 아시아지역에선 처음으로 시도되는 성숙한 경제 사이의 국제 협력 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공동의 미래 번영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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