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발목이나 잡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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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호응이 커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왔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서 샘플을 더 갖고 오는건데 그랬습니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진기자재 박람회에 참가한 한 현상기 생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한국제품 가격이 다른나라 제품의 3분의1에 불과하면서도 품질과 아이디어가 좋아 주목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회사 부스에 전시된 모든 제품에는 팔린 날짜와 가격,구매자 이름이 적힌 종이가 빠짐없이 붙어 있었다.
2명의 직원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탁자 위에는 바이어들로부터 받은 3백여장의 투자의향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박람회는 2년에 한번 열리는 것으로 독일이나 미국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보다 규모는 작은 편.하지만 캐논 미놀타 등 알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참가했다.
한국은 '처녀출전'으로 8개의 중소업체가 현상기기 렌즈클리너 앨범 등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관광객이 아닌 실구매자의 발길을 붙잡아두는 제품은 단연 한국제품이었다.
금속판에 사진 원본을 그대로 옮겨 영구 보존하는 기술(메탈포토)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저렴한 가격에 반해 당장 바르셀로나에 지점을 내겠다고 밝힌 현지인도 적지 않았다.
한 업체 대표는 "해외전시회에 많이 가봤지만 이 정도로 관심을 받아보진 못했다"며 "확실한 틈새시장을 찾은 것 같아 소요경비를 뽑고도 남은 느낌"이라고 흡족해했다.
그런데 중소업체들의 함박웃음 뒤에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당연히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 홍보부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업체들은 통역도 못 구해 영어로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참가업체 대표단 설명에 따르면 정부가 경기침체를 이유로 올해부터 해외전시회 참가지원비를 삭감했기 때문이란다.
늘 혼자,알아서,자기 힘만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정부 지원요? 발목이나 잡지말라 그러세요" 야멸차게 잘라 말하는 한 참가업체 사장의 냉소성 대꾸가 그대로 귓전을 때렸다.
바르셀로나=홍성원 특파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