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역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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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한 축제는 애당초 종교적 제의를 기초로 한 세시행사로서의 성격이 짙었으나 축제가 관광상품화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이벤트의 비중이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다.
축제란 본래 비의도적인 것이지만 이벤트가 강조돼 의도적인 것이 되고 만 셈이다.
산업화로 인해 축제가 세속화 됐다고나 할까.
'이벤트관광'이 대부분 축제와 연결돼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축제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지역축제는 1931년부터 시작된 남원의 '춘향제'라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지역축제의 대다수는 55년 이후 개최되기 시작한 것들이다.
정부가 96년 조사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당시 지역축제는 4백12건이었다.
그 가운데 94년 이후 생긴 축제가 31.3%인 1백29건이나 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축제가 급격히 늘어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후 5년 동안 각 지역의 문화 특산품을 주제로 한 이벤트 행사 등 축제는 배 가까이 늘어 올해 전국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줄잡아 8백여건이나 되고 그중 5백50여건이 10월에 집중돼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축제는 본래 농산물의 수확기인 10월에 몰려 있다.
게다가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이고 내년 월드컵대회를 앞둔 때여서 처음 생긴 축제가 많았던 것이 10월에 더 많아진 이유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의 마지막 합법적 선거운동인 선심성 축제도 일조했다고 한다.
축제는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며 지역 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문화적 자원이라지만 축제를 여는데만 급급해 주민의 관심도,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면 낭비가 될 뿐이다.
더군다나 한 지역에서 3~4건씩 중복되고 특색도 내용도 없는 '먹자판''전시용' 축제라면 더 큰 문제다.
'그 나물의 그 밥'식인 10월의 지역축제를 내년에는 지역에서 스스로 과감히 통폐합해야 할 것 같다.
관 주도를 벗어나 주민의 정서가 어우러진 차별화된 축제가 아니라면 축제의 의미가 없다.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