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는 불황을 모른다] (3) VCR.DVD플레이어 합친 '콤보'

[ VCR.DVD플레이어 기능 합친 '콤보' ] 내달초로 결혼날짜를 잡은 예비신부 박혜진씨(서울 대조동)는 혼수 가전제품 준비를 하다 고민에 빠졌다. VCR를 사자니 월등히 성능이 좋은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가 욕심나고 DVD플레이어를 사자니 VCR를 빼놓을수 없고. 그렇다고 둘 다 사기엔 좀 부담이다. 박씨의 이런 고민을 풀어준건 바로 삼성전자의 '콤보'. VCR과 DVD플레이어를 합쳐 한대의 기기로 만든 '콤보'는 개별제품을 따로 구입할때보다 20%가량 싸다. '콤보'는 나라 안팎으로 가전시장이 정체상태인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오랜만에 등장한 히트품목으로 꼽힌다. 삼성의 목표는 단일품목으로 세계에서 1천5백만대이상 팔린 포드의 'T카'나 폴크스바겐의 '비틀' 반열에 드는 것.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디지털비디오사업부에 이런 특명을 내렸다. 세계시장 4% 점유 =콤보의 판매실적을 보면 윤 부회장이 과욕을 부리는게 아니라는 걸 알수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콤보 판매량은 수출을 포함해 70만대. 연말까진 1백만대이상 팔릴 것으로 삼성측은 자신하고 있다. 이는 올 세계수요(2천5백만대)의 4% 수준. 삼성전자의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점유율이 올해 17~18%이니 대략 삼성이 파는 DVD플레이어 4대중 1대는 콤보인 셈이다. 전자랜드21 인터넷쇼핑몰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고유섭씨는 "콤보는 하루에 1백대 이상씩 팔려 나가는 이머징 히트 상품"이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성능을 동시에 선호하는 젊은 세대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DVD 플레이어 세계시장은 올해 2천5백만대, 내년 3천2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는 올해 17만대, 내년 35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이 급성장하면 할수록 콤보 판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니치전략 적중 =첫째로 꼽을수 있는게 소비자가 원하는 니치(틈새)제품을 '세계 처음' 내놓았다는 점이다. 오장환 디지털비디오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상무)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월드 퍼스트"(World First)' 제품을 남보다 한발 앞서 내놓는 '원 스텝 어헤드(One Step Ahead)' 전략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마이마진을 운영하는 마이디지털의 신재호 이사는 "콤보의 인기 비결은 세계 최초 제품으로 소비자 머릿속에 가장 먼저 기억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콤보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자 필립스(올 1월) 샤프(3월) 마쓰시타(6월) 후나이톰슨(9월) 등이 같은 제품을 내놓았으며 도시바 LG전자는 내년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이 아날로그(VCR)에서 디지털(DVD)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점에 착안, 기존 아날로그 고객과 신세대 디지털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며 "과도기의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도 있지만 제대로 먹히면 속칭 '대박이 터질'때가 많다"고 평가했다. 둘째는 '앞선 기술력'이다. 필립스 샤프 등 내노라하는 세계적 전자업체들이 콤보와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콤보를 따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 이유는 기술적 격차 때문. 콤보는 하나의 버튼으로 VCR과 DVD를 재생 빨리감기 뒤감기 등을 할수 있다. 반면 샤프 등의 후발제품은 VCR와 DVD를 단순조합시켜 각각 별도의 버튼으로 조작해야 한다.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채종성 부장은 "원(one)버튼 기능과 DVD 화면을 VCR 테이프로 녹화할수 있는 기술은 특허출원해 놓았다"며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시장창출 전략이다. 삼성은 세계 처음 콤보를 내놓으면서 미국 유럽 러시아 동남아 등에서 대대적 마케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K마트, 베스트바이, 시어즈, 코스트코 등 메이저 유통업체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말레이시아 등 9개국 DVD플레이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목표다. 국내에선 영화배우 안성기씨를 기용한 TV 광고의 컨셉트도 적중했다. '비디오테이프와 DVD소프트'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신상품이라는 이미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 고객을 모두 흡수하는 효과를 올렸다. 삼성 브랜드 가치까지 높아져 =미 시장조사업체인 인텔렉트 데이터는 최근 미국에서 팔리는 삼성의 DVD플레이어의 평균소매가가 대당 1백69달러인 반면 콤보는 2백99달러에 달한다며 콤보 덕분에 삼성 브랜드 값이 크게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콤보 1대당 판매가격의 12% 가량이 이윤이다. 보통 가전제품의 판매가대비 이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다. 삼성은 콤보가 삼성 브랜드 뿐만 아니라 '디지털 코리아'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