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이슈탐구'] '실업률 3% 미스터리'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이 3.0%로 하락, 외환위기 이전이었던 1997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1백50만명까지 치솟았던 실업자도 68만명으로 줄었다. 외환위기 전 57만명에 비해 11여만명 많은데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일자리 구하기는 외환위기 직후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구직자들은 아우성이다. 각급 학교의 내년도 졸업생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은 사상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침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아예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취업난 속 실업률 외환위기 이전 수준 회복'이라는 미스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수수께끼는 실업통계로 잡기 힘든 노동시장의 구조와 질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외환위기 이후 4년간 고용통계의 기준이 되는 15세 이상 인구는 1백59만6천명 증가했으나 일자리는 41만8천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것도 제대로 된 직장이라 할 수 있는 상용직은 무려 47만7천개나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이 70만9천개나 늘어난 덕분이다. 구직자들의 1차적 관심사인 상용직은 15세 이상 국민 4.98명당 1개에서 5.59명당 1개로 줄었다는 얘기다. 일자리 구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체감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숫자의 마술'은 결국 상용직 탈락자의 상당수가 고용의 질이 낮은 임시직·일용직으로 전락했다는데 비밀의 '열쇠'가 숨겨져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사용자는 되도록 정규직 일자리를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나가는 추세다. 당장 일자리가 아쉬운 구직자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정규직이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를 말이 취업자지 실업자라 생각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통계와 체감 실업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증가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인이 통계상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고 있으나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하는 계층이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다는 점이다. 비경제활동 인구는 15세 이상 인구중 육아, 가사, 통학(학교, 학원, 직업학교 등),연로, 심신장애, 기타요인 등으로 '주당 1시간 이상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이 비경제활동 인구가 지난 4년간 무려 7.36%인 96만5천명이나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연금 및 퇴직소득 생활자가 주류를 이루는 기타항목이 무려 82만4천명이나 증가한 것과 연로자, 심신장애인이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근로능력과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레 취업을 포기한 계층으로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한다. 여기에 공식통계상 구직단념자로 분류된 11만여명을 합칠 경우 지난 4년 동안 증가한 숫자만 1백만명이 넘는다. 고용구조 변화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통학자로 분류된 학업종사자가 무려 46만여명이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취업난 속에 마지못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과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수강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취업난에 따라 휴학생이 증가한 점, 경제난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업종사자수가 크게 늘어 이들이 비정규직 고용자로 분류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계당국이 고용통계를 발표함에 있어 단순 통계만 내놓을 일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에 대한 분석도 곁들인다면, 당국의 정책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