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성전자 실적, 3분기 바닥 찍었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 3/4분기 실적과 관련한 시장의 반응이다. 판관비 등 부담을 이번 분기로 넘긴데다 최근 반도체값 약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 수익은 더욱 악화되리라는 설명이다. 22일 오전 삼성전자는 3/4분기 매출이 전기보다 9.85% 감소한 7조2,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96.97% 급감한 182억원을 거두었고 순이익은 4,200억원으로 52.04% 줄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3/4분기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3,8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부문 적자폭이 예상보다 심각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부문의 이같은 악화 추세는 정보통신 등 다른 부문이 선전하더라도 실적 호전에 부담이 되리라는 얘기다. 또 정보통신부문이 선전하기는 했으나 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손익 규모는 당초 손실 1,000억원에서 이익 1,000억원대로 추정됐다. 다만 영업이익 산출은 7조원대의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매출 시기, 판관비 조절 등을 통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조정이 가능해 투자 심리 안정에 기여할 뿐 사실상 적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시장 관심은 과연 지난 분기 실적이 바닥권을 의미하는 것인지, 또 4/4분기에는 반도체부문이 회복 기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오늘 실적만으로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사라기보다는 통신 회사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매출액 규모를 감안할 때 영업이익 182억원은 상징적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그러나 "반도체 부분 손실률이 23%대로 40%∼60%에 달하는 경쟁업체보다 양호하게 나타났고 원가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4/4분기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판관비 등을 줄여 4/4분기로 이연한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반도체담당 이승우 연구원은 "반도체부문 적자폭이 당초 예상했던 2,400억원 규모에서 크게 증가한 점이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현재 반도체 경기로 볼 때 4/4분기에도 펀더멘탈개선 여지가 없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승 모멘텀을 찾기가 쉽아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외국인 매수, 연말 자금 유입, 장기증권저축 판매 등을 통한 수급 측면이 뒤를 받치고 있어 15만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이성재 차장은 "3/4분기에 비해 15% 가량 하락한 D램 가격이 회복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어 이번 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적자는 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4/4분기 실적 추가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3/4분기를 바닥으로 보긴 이르다"며 "세계 반도체 업체의 본격적인 생존 경쟁이 마무리될 내년 1/4분기 실적으로 향후 삼성전자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