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글로벌화에 대한 저항..김중수 <경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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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워싱턴에 대한 테러충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될 것인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금년 경제성장이 1982년 이래 최저 수준에 달할 것이며,내년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인적 손실이나 재산·기업에 대한 직접적 피해만을 볼 때는 고베 지진 정도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행·보험·여가 산업 등에 대한 영향과 주식시장·소비자신뢰·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간접적 피해는 비교할 전례가 없기에 그 규모를 적절하게 추계하기는 어렵지만,예상외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테러는 충격여파를 수습하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전쟁비용을 유발했기에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가 없었더라도 밝은 전망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OECD와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미국과 유럽도 9월11일 테러 이전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경제는 과잉투자와 공급초과능력에 대한 조정과정으로 당분간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세계경제가 곧 회복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경기침체와 테러의 피해에 대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의 글로벌화 추세에 반대하는 정치적 세력이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질서의 불안정이 초래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추세와 경제자유화 조치에 따라 국가 간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이 테러의 요인이라든지,다국적기업의 힘이 개도국 정부를 압도한다든지,테러가 문명충돌의 시발점이라든지,또한 글로벌화가 미국화를 의미하기에 주권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서야 한다는 견해가 마치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표현처럼 둔갑해 들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기업의 해외매각에 대한 견제의 소리가 갑자기 드세진 느낌이다.
테러충격이 수습되면 지금까지와 같은 글로벌 추세는 지속될 것이며,국제무대에서 투자·무역 자유화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세계경제가 처한 환경을 경제주체들에게 인식시키고,그 간 미진했던 구조조정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만드는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이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글로벌화가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격차 확대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노동절약적 기술발전이 미숙련 노동자의 고용을 상대적으로 악화시키고 소득을 낮추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교육·훈련체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사이 세계경제는 글로벌 추세의 반동에 직면한 바 있다.
미국의 대공황이 글로벌 추세로부터의 후퇴를 가속화시켰으며,무역전쟁이 발발하고 자국산업에 대한 국수주의적 보호주의가 팽배하게 됐다. 그 결과 전쟁으로 세계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현재는 당시에 비해 WTO·IMF·IBRD와 같은 국제기구가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질서의 혼돈을 막고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추세가 정착될 것으로 예견된다.
선거의 계절에는 항시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정책이 등장한다.
대외개방을 통한 경쟁촉진 정책은 이익집단의 반발을 일으키기에 국민의 인기를 끌기가 어렵다.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끼리 무엇을 해야한다는 내부지향적 사고에 강력히 편향돼 있는 민족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어느새 나라의 문은 굳게 닫혀가고 있으며 우물안 개구리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의 충격을 내부 체제정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아쉬운 시점이다.
항상 세계경제의 동향을 주시하고 이에 대처해도 부족한 나라에서,국가의 대외경쟁력과는 무관한 주5일근무제,재벌 규제정책,건강보험 등으로 분쟁의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앞날이 지극히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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