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테러에 이은 '바이 아메리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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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대외수입수요가 급감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8월중 미국의 수출은 1%가 늘었지만 수입은 1.1%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액은 2백71억달러로 전월대비 7%나 축소돼 2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무역적자는 연간 비율로 환산하면 3백60억달러로 이는 95년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테러가 발생한 9월중 소매지출은 전월대비 2.4%가 줄어든 것으로 미뤄 수입감소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정부는 이 기회에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여보자는 속셈인지,수입감소를 방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국경없는 세계화를 부르짖던 미국이 테러사태 이후 국경과 항만에 대해 검문 검색을 강화함으로써 통관지연 등에 따른 국내외 기업들의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테러사태 후 미국 국경과 세관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교역액의 16%까지 치솟았다는 미국제조업연맹의 통계도 나와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인들의 고양된 애국심을 이용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운동 역시 미국이 강조해온 자유무역정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처사라고 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주도하는'뉴욕에서 만든 옷 입기'운동이나 자동차회사들이 내걸고 있는 '미국이 굴러가게 하자'는 등의 캐치프레이즈는 모두 미국이 신봉해온 시장경제논리보다는 맹목적인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한·미 자동차협상에서 한국의 소비절약운동까지 불공정거래행위라고 매도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문제는 미국의 수입수요가 단시일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테러사태 이후 미국경제의 위축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위축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서는 서둘러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입감소는 전세계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교역부진은 곧바로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경제에 악영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바로 엊그제 상하이 아·태경제협력기구(APEC) 회의에서 부시 미국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자유무역주의 정신이 수입억제나 '바이 아메리카' 같은 시대착오적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국은 무역대국 경제대국에 걸맞은 발상과 행동으로 세계무역과 세계경제를 견인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