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조선경기까지 악화된다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려 오던 조선업계의 해외 영업환경이 미국 테러사태 이후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조선공업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말 현재 선박수주량은 전년동기에 비해 34.6%가 줄어 들었고,신조선 가격도 지난 3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IT산업의 위축으로 반도체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터에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조선업까지 가격 하락과 수주량 감소에 시달리게 된다면 우리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올들어 선박건조 수주량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지난해의 수주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이례적인 호황을 보였던데 따른 통계상의 문제도 전혀 없지 않고,또 아직도 선박 수주잔량이 사상 최대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4·4분기 이후 수주잔량이 감소세로 돌아설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자체적인 진단이고 보면 결코 안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우리가 걱정스럽게 주목하는 것은 세계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한 선박수주 감소 추세를 미국의 테러사태가 '불 난데 기름 붓는 격'으로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물동량이 줄어들게 되면 해운업계의 채산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고, 신조선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EU와 일본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될 경우 의외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더기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때 조선업계도 이미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EU와의 분쟁 등 통상마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않은 점도 우리 업계가 유의해야 할 점이다.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선박수주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개선 등에도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시장 경쟁에서 조선까지 밀린다면 우리경제는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가시화되고 있는 조선경기 후퇴조짐에 느슨하게 대응해선 안된다는 점을 업계는 물론 관계당국에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