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관리 '총체적 부실' .. 주식팀장 프리코스닥 등 투자 손실

국민연금관리공단 주식팀장이 기금을 운용하면서 임의로 프리코스닥(미등록 벤처기업)과 해외CB(전환사채)에 투자,5백억원대의 손실을 초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공단측은 이같은 "규정위반 투자"가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1년이나 지나서야 사태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71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이 자산운용부터 관리감독까지 부실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월10일부터 한달간 기금운용본부의 간접투자상품(코스닥 전용펀드 1천2백억원,특정금전신탁 5백억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와 관련,공단은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기금운용 관련규정을 위반한 주식팀장 정 모씨를 파면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기금운용본부장 등 5명에 대해 경고조치했다. 적발 내용=공단 감사실에 따르면 정 팀장은 지난해 2월 코스닥펀드에 1천2백억원을 운용하면서 당초 코스닥 등록주식에 전액 투자키로 투자위원회에 보고한 뒤 실제론 이중 98억원을 디렉츠보험 서경티에스씨 코텍 등 프리코스닥 종목에 투입했다. 또 지난 6월엔 한미은행 특정금전신탁에 5백억원을 넣으면서 3백27억원을 당초 계획에 없던 프리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해외CB(전환사채)에 운용했다. 특히 해외CB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바이오니아 아이빌소프트 이코인 등 3개 기업에 대해선 규정을 어기고 최고 자본금 대비 6.2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했다. 김민수 감사실장은 "정 팀장이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하면서 사실상 종목 선정을 주도하고 해외CB에 대해 사전인수 약속을 해주는 등 편법을 일삼았다"며 "이로 인한 기금상의 손실(평가손 기준)은 5백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구멍뚫린 기금운용=이번 사건은 자산운용부터 관리감독체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직원이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프리코스닥 등에 투자한지 1년이 넘어서야 사실이 적발됐다는 점은 상시모니터링 체제가 없다는 증거다. 이는 기금 부실로 이어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