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디지털TV시대] '만능상자' 안방文化 혁명 .. 高선명 화질...

안방 문화에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 SBS를 시작으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됨에 따라 TV의 위상이 새롭게 바뀔 전망이다. 이제 TV는 더 이상 시청자를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으로 만드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볼 수 있고 필요하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똑똑한 정보단말기'로 거듭난다. 디지털 방송 시대 TV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신개념의 미디어다. 기존의 시청자는 피동적인 정보 수용자에서 적극적인 정보 탐색자로 바뀌게 된다. 예를들어 종전의 아날로그 TV는 방송사가 전해 주는 장면만을 '일방적'으로 시청해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TV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프로야구 마니아는 외야나 포수석, 어디든 원하는 카메라 각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축구경기에서 골이 들어가는 장면을 골대 뒤에서 생생한 화면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데이터방송을 통해 골을 넣은 선수의 신상명세도 즉시 확인이 가능하다. 시청시간도 구애받지 않는다. 영화나 스포츠 이벤트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원하는 시간에 시청하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TV 시청 중에 급한 용무가 생겼을 경우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용무를 마친후 다시 원하는 시점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할 수도 있다. 디지털 TV는 상거래에도 일대 혁명을 몰고온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자 탤런트의 목걸이를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내년초 디지털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주부들은 무려 76개의 비디오 채널을 탐색하며 안방에서 다양한 문화정보를 접하고 쇼핑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 뿐 아니라 퀴즈프로그램, 각종 게임 앙케이드 조사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내놓을 수 도 있다. 디지털 TV는 선명한 화질과 생생한 음질로 문화생활의 질을 높여 줄 것이다. HD(고화질)급 TV는 화면을 구성하는 주사선이 1천28개로 현재 일반 아날로그 TV(4백80개)보다 2배 이상 많다. 탤런트의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정밀하다. 음성을 5.1채널로 전달하기 때문에 현재 2개 채널의 스테레오보다 박진감 있다.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보다 더 충격적인 TV 역사의 변화를 예고하는 셈이다. 디지털 방송은 침체에 빠진 가전업계의 구세주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콘텐츠 전자상거래 디스플레이부품 디지털 가전업계도 디지털 방송이 가져다줄 '특수(特需)'의 꿈에 부풀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국내 TV 판매량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TV는 연평균 1백3%씩 고성장, 2005년에는 1조7천억원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5년간 방송기기와 방송서비스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가 각각 71조원,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보통신부는 추정한다. 고용유발효과는 모두 17만3천명. 방송기기 수출액도 2백77억달러를 넘어 수입유발액을 제외하고도 19조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TV는 홈네트워크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TV가 PC와 연결되면 이른바 모든 가전제품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디지털 컨버젼스(convergence)가 한층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