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굴욕 논란..현대증권 매각협상] AIG, 정부압박 전략 먹혀드나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 AIG측으로부터 새로운 요구조건을 받아든 정부는 일단 협상을 깨지 않고 대화와 설득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따라 매각협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후유증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G에 넘길 현대증권 신주발행가격이 AIG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이미 하향조정된 터다. AIG의 추가조건에 대해 당사자인 현대증권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조건을 들어주게 되면 '강압'과 '굴욕'에 대한 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AIG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거나 절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 이전에 우선 AIG컨소시엄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AIG가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건 것은 컨소시엄 내부에서 일부 참여회사가 탈퇴했고,이로 인해 생긴 구멍을 새로운 참여자로 메우고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컨소시엄 와해설 =AIG측이 갑작스레 투자원금보장 등 5개항의 요구를 해온 데엔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 관계자는 "AIG컨소시엄 참여회사 가운데 소규모 보험회사가 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참사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지자 컨소시엄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두 보험사의 투자금액이 컨소시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참여를 포기한 회사가 나타나자 AIG측은 새로운 참여자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의 L증권사를 주간사로 내세우고 정부와 현대측에 더욱 확실한 원금보장과 고배당 등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G의 실사중단 =AIG측은 당초 지난 23일부터 실사단을 현대증권에 파견해 3주동안 실사작업에 착수하려 했다. 재무상태나 중요 영업활동, 전산시스템 등이 주요 실사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현대증권 임원진이 AIG측 요구안에 대해 구두로 거부의사를 밝히자 실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앞서 AIG의 위탁을 받아 전산부문과 마케팅부문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던 컨설팅회사 '엑센추어'의 실사단도 지난 22일 철수했다. 이같은 실사단 철수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거부된데 대한 압박전술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실사가 중단됐다고 협상이 깨진 것은 아니다"며 "이달 초순께 AIG측 협상단이 방한해 협상을 진행했으며 일부 협상단이 아직 국내에 남아 있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 =정부는 AIG가 현대 금융3사를 인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권석 증선위 상임위원은 "무리한 요구로 협상을 깬다면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AIG가 오명을 남기게 되므로 AIG측도 협상을 깨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수의사가 분명하고 이미 컨소시엄을 구성해 놓은데다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협상이라는 점이 AIG측으로도 적잖게 부담을 느끼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전망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AIG측에 계속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비난여론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같은 점을 의식, 정부도 소액주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AIG측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에 대한 AIG측의 요구조건도 발행가격(7천원) 기준 5% 배당보장 현투증권에 재출자하는 4천억원에 대한 콜옵션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능 기간을 발행후 5년 이후에서 1년 이후로 단축하는 등의 3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서로가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지만 AIG측이 얼마나 강력하게 요구조건을 밀어붙이느냐가 협상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전망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