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토리지 혁명 온다 .. 나노기술로 정보 저장밀도 20배이상 향상
입력
수정
나노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저장장치(스토리지) 개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쟁의 주역은 삼성과 미국 IBM 및 휴렛팩커드,일본 히다치 등이다.
이들 모두 지금까지 활용돼왔던 자기 저장장치와 완전히 개념이 다른 나노기술(원자나 분자단위에서 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새 저장장치가 개발되면 기존 스토리지 시장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산업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저장장치의 원리=차세대 저장장치 개발업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세 금속 탐침으로 플라스틱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폴리머 필름"위에 점을 찍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뾰족한 탐침의 끝부분 넓이는 10~2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데 이곳에 전류를 보내면 마찰열이 발생,폴리머 필름에 점이 찍힌다.
수많은 탐침에 의해 생긴 점들이 패턴을 형성하게 되는데 점이 찍힌 부분은 1이 되고 점이 찍히지 않은 부분은 0의 디지털 신호를 나타내 정보가 저장되는 것이다.
반대로 정보를 지울 경우 폴리머 필름에 열을 가해 구멍을 없애면 된다.
불꽃튀는 개발경쟁=이 분야에서 전통적 권위를 갖고 있는 IBM은 내년말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IBM연구소의 피터 베티거 박사는 "정보저장을 여러차례 하면서 나타나는 피로 현상을 해결했으며 가로 세로 1인치에 4백기가비트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백기가비트는 현재 저장장치보다 20배 이상 밀도가 높다.
97년부터 연구에 뛰어든 삼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다.
IBM의 경우 정보를 읽을 때 금속탐침이 이동하다가 점에 닿게 되면 폴리머 필름에 감싸이는 부분이 많아져 열이 빨리 식게 되는데 이를 감지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폴리머 밑에 금속을 깔아 구멍뚫린 부분에 탐침이 닿을 경우 금속과 부딪치면서 저항값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전기신호로 읽는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종합기술원 신현정 박사는 "이 방식에 대해 특허를 냈으며 IBM보다 읽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강조한다.
당초 시제품 출시 목표는 2004년이지만 이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히다치 연구소는 현재 하드디스크처럼 금속 탐침이 헤드 역할을 하고 폴리머 필름이 원운동을 해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는 원리를 이미 개발,편의성을 높였다.
휴렛팩커드도 막대한 자금과 1백여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개발 상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파급효과=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현재 5백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스토리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휴대폰 등 소형 기기에 활용될 경우 50억달러 이상의 추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정보기기의 소형화 경량화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큰데다 많은 특허를 확보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