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DJ-YS 정부 '붕어빵' .. 김영규 <정치부장>

요즘 들어 '붕어빵 정국'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DJ정부의 후반기 행태가 YS정부때의 잘못된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게 얘기의 요지다. 거론되는 그럴듯한 이유는 많다. 그 하나는 권력실세는 물론 그 주변도 큰 힘을 누려왔다는 점이다. YS정권때는 상도동 집사출신인 청와대 부속실장이,현정권에서는 청와대 청소부가 거액을 챙기다 구속된 점에서 그렇다. 야당의 집요한 의혹공세가 점차 거세지면서 '몸통'과 '깃털'시비가 일어나고 결국에는 대통령의 아들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그랬고,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도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제주도 휴가'파문에 시달리고 있다.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화는 했으나 청탁은 없었다'는 권력층들의 해명도 천편일률적이다. 차기 대권의 향방을 놓고 가신집단이 내분에 빠져드는 것도 분명 닮은 꼴이다. YS때는 상도동계의 강삼재 의원과 박관용 의원이,지금은 동교동계의 한화갑 최고위원과 권노갑 고문이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 경제가 곤두박질 치면서 실업이 급증하는 현상은 상당히 우려되는 공통점이다. YS정권의 경우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결국 'IMF금융위기'를 자초했고 지금도 보유한 달러만 많을 뿐 나라살림이 별로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곧 나아질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이유없는 낙관론을 펴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붕어빵이란 '비아냥'도 있다. 개혁과 IMF극복을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현정부로서는 과거정권과 비교되는 자체에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서는 다르다. 두 정권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 지난 10·25 재·보선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여권의 실세가 야당의 이름없는 후보에 패배한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질적인 듯 보이는 두 정권간에 왜 닮은 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에서 그 근본원인을 찾는게 옳을 것 같다. 대통령과 비선을 중심으로 한 인치(人治)가 제도와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결과 레임덕 현상과 함께 위기대응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권력의 핵심은 물론 그 주변도 덩달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비리공화국의 사슬을 끊지 못한채 각종 후유증을 양산해왔다. 제왕적 대통령의 잘못된 유산은 대통령병을 사회전반에 만연시키는 문제점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병의 확산은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불과 4년전 우리사회는 대권경쟁에 빠져 들면서 속수무책으로 IMF를 맞게되는 처절한 경험을 했기에 그렇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여야는 벌써부터 순서를 바꿔가며 폭로전에 나섰고 대권후보들은 대규모 후원회를 열며 세확산에 여념이 없다. 관심은 승리뿐이며 민생은 구호속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권욕에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그때의 행태가 그대로 재현되는 형국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진다면 제2의 IMF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이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것도 이런 우려의 표명이다. 야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인치에 의존,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는 여당에 '경고'를 보낸 것이 분명하다. 재·보선이 끝난뒤 여야 모두 민생과 경제회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권은 나아가 당정쇄신도 공언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때 정치권의 이같은 고식적 발언이 이번에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랄뿐이다.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