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야 나라가 산다] 제4부 : (14) '고급두뇌 유출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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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의 부족 등 열악한 연구 환경으로 최근 한국을 떠나는 고급두뇌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 인력들이 미국 일본 유럽을 향해 짐을 싸고 있다.
외국행을 택하는 두뇌들 중엔 경력 10년 이상의 중진급 연구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R&D 공백은 물론 첨단기술의 유출마저 우려될 정도다.
대덕 연구단지의 간판격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지난해 19명의 기술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지난 99년에 비해 인력 이탈의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났다.
연구원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으며 국책 연구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연구인력 충원을 위해 장려금제도 등이 마련됐지만 외국기업들이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연구원들을 유혹하고 있어 기존 연구원의 이탈을 막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연구소는 더욱 심각하다.
H기업 연구소의 경우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핵심분야인 반도체 연구진만 30% 가까이 빠져 나갔다.
상당수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 등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R&D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입사 10년차 과장급 이상 연구진은 3∼4명에 불과하다는 전언이다.
과거 대우그룹의 R&D를 총괄하다시피 했던 대우고등기술연구원은 R&D 인력의 이탈로 정보통신 등 일부 분야에 대해선 아예 연구를 포기했다.
대기업계열 전자회사인 A사에서는 지난 2년동안 예년보다 5배나 많은 1천1백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유명 통신기기업체인 B사는 지난해 전 직급의 연구원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바람에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를 8개월이나 늦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윤정로 교수는 "두뇌유출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연구기반의 확충 등 국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