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도전과 응전] DDR시들...아케이드시장 찬바람
입력
수정
지난달 28일 신촌의 한 오락실.예년같으면 한창 손님으로 붐벼야 할 저녁시간대지만 50평 남짓한 오락실은 한산하기만 하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줄서서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왔던 댄스시뮬레이션게임기(일명 DDR)는 이제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돼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약 5천5백억원 규모의 시장을 확보,국내 게임산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케이드 게임은 지난 2년간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포스트 DDR 시대를 이어갈 대작 게임이 없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데는 장사가 되는 게임기 개발에만 집착,다양한 이용자 층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DDR 류의 댄스게임이 인기를 끌자 수십개 업체가 달려들어 과당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을 치뤘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된다.
게임장 업주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회장 은덕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장 수는 전년보다 36% 증가했지만 게임장의 월평균 매출액은 3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국산 아케이드 게임기 수출은 7천5백만 달러로 지난 99년의 9천3백50만 달러에 비해 무려 19.8%나 줄었다.
이 감소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생 벤처기업들 가운데는 다양한 게임을 내놓고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펼쳐 불황을 탈출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곳이 많다.
지씨텍(대표 이정학)은 시장침체 상황을 감안,아이디어 상품과 저가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에어캐치" "푸시팡팡"등 기존 게임을 소형제품으로 새로 내놓고 "팬저리온" "맨인블랙"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게임도 속속 시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일본 뿐 아니라 중남미 미국 등 해외시장을 적극 발굴,지금까지 4백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어뮤즈월드(대표 이상철)도 1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1인용 카지노 복합형 메달게임기 "굿잭"과 골프연습기 "EZ골프"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슬롯형 방식을 채택한 "굿잭"은 유럽 대만 등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실내에서 골프연습을 할 수 있는 "EZ골프"는 국내외 골프연습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또 안다미로(대표 김용환)는 비비탄 사격게임 "리얼슈팅"을 선보일 예정이고 엑스포테이토(대표 이상헌)는 스포츠아케이드 게임기 "볼림픽 히어로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게임기 개발도 불황탈출을 위한 전략으로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해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었던 "컴온베이비"가 PC용 게임으로 출시됐으며 체험형 경주게임 "벤허"도 PC용 게임으로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게임유통사인 메가엔터프라이즈(대표 이상민)는 일본의 대형 게임개발업체인 SNK의 가정용 비디오게임을 PC게임으로 전환했으며 CCR의 온라인게임 "포트리스2블루"는 아케이드게임으로 출시됐다.
지씨텍이 이정학 사장은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국내에서만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을 호기로 삼을만 하다"며 "그동안 해외작품을 베껴 저가에 공급하던 습성을 버리고 철저한 시장조사와 다양한 제품으로 승부한다면 충분히 불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