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전문기자의 '세계경제 리뷰'] '오닐 美 재무의 失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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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인들 사이에 한 인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폴 오닐 미국재무장관.
화제라기 보다는 수군거림의 대상이다.
'오닐이 부시행정부에서 가장 먼저 물러나는 장관이 될 것'이라는게 쑥덕공론의 요지다.
지난 1월 장관이 된후 10개월동안 한달에 한번꼴로 구설수에 올랐다.
월가맨들을 우습게 보고 의회와 충돌하고,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서운하게 만들고 국제환율을 불안하게 하고….
월가의 밉상을 사는 일로 그의 구설수 행진은 시작됐다.
장관이 된지 얼마 안된 연초의 한 기자회견에서였다.
"월가 트레이더들이 하는 일은 2주면 다 배울수 있다"
금융시장을 잘 알지 못할것 같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금융계와는 거리가 먼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의 회장출신이다.
서너달 전에는 경제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특별한 달러정책이 없다고 했다가 달러가치가 요동치자 '강한 달러'를 주창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얼마전 그의 실언은 극치를 이뤘다.
지난달 하원세입위원회는 행정부에서 넘어온 경기부양책의 규모를 1천억달러로 늘려 통과시켰다.
그러자 오닐 장관이 한마디했다.
"쇼비즈니스를 하고 있구먼" 민주당주도의 상원에서 깎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화당우세의 하원세입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잘 보이려고 부양금액을 늘렸다는 생각에서 내뱉은 말이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세입위소속 의원들은 발끈하고 미국신문들도 '오닐, 또 실언' '역경의 오닐 장관' 등의 제목으로 이 사건을 가십화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참다 못해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상원에 가서 연설하기로 돼있는 오닐을 불러 한마디했다.
"싸움 좀 일으키지 마시오(Don't pick fights)"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타전한 기사다.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경제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말한마디,행동하나에 국제금융시장은 요동칠수 있다.
세계 동시불황으로 금융시장이 살얼음판 위에 있는 지금, 미 재무장관이 트러블메이커가 돼서는 곤란하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