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組暴경제'] (1) '벤처가 멍든다' .. 신분세탁 사례

조폭들의 벤처 진출은 지난 98년 말부터 시작됐다. 그 당시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한 코스닥 시장은 이들에게 '대박'을 안겨줄 기회의 땅이었다. 정부가 각종 특혜를 내걸고 '관제(官製) 벤처' 양산에 혈안이 되면서 더없이 좋은 토양이 조성됐다. 조폭들이 전직 증권.종합금융사 출신 2∼3명을 고용해 'OO벤처투자' 등의 간판을 내걸고는 벤처기업가로 행세하는 것이 붐을 이뤘다. 조폭들의 벤처 진출은 그들의 문화까지 바꾸기도 했다. "조폭의 명함에서 OO주류 판매부장, □□나이트 영업이사 등의 직함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신 OO기업 영업부장, △△기업 총무이사 등으로 대체됐다"(주먹 출신 사업가 P씨) 벤처 붐이 절정을 치달았던 99년에는 서울 명동 부근이나 강남역 일대 룸살롱에서 열리는 조폭들의 파벌 회의가 '이사회'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벤처산업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조폭자금 일부가 사채시장으로 되돌아가거나 인수합병(M&A) 등 기업구조조정 분야로 물꼬를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