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組暴경제'] (2) '건설업계의 무법자'..이권 '주먹질'

지난 8월24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E주상복합아파트 현장. 선착순으로 공급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오전 11시에 분양이 시작되자마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지방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수십명의 아줌마들이 틈새를 비집고 앞줄에 끼어든 것. 이들을 싣고온 버스에는 정체불명의 헤비급 사내 20여명이 뒤를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새치기를 당한 사람들은 이들의 완력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건설회사는 2시간이상 모델하우스 문조차 열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2백여명의 경찰이 몰려와서야 겨우 질서가 잡혔고 아파트 분양권 가로채기는 미수에 그쳤다. 그나마 세상이 좋아진 덕에 이 정도로 끝났다. 덩치큰 사내들은 일부 '떴다방'이 동원한 조폭들이었다는 '설(說)'만이 나돌 뿐이다. '조폭과 건설업'에 얽힌 에피소드는 이밖에도 한둘이 아니다. 경기도 중소 건설회사의 '주먹' 출신 O이사(38)는 지역 건설업계에서 '만능 해결사'로 통한다. 땅 매입과 아파트 분양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점찍어 둔 아파트 건설예정 부지를 지주들로부터 사들이는 그의 수완은 경쟁자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다. '비결'은 아우(?)들을 동원한 협박과 폭력이다. 경기도 K시의 새시 시공회사 J사장(43)은 이 일대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무법자'로 불린다. 지난해 10월 모 아파트 입주 현장에서 폭력배 6명을 동원, 경쟁 사업자를 '손봐준' 뒤부터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부터 K시에서 신축되는 아파트의 웬만한 새시 시공권은 그의 독차지가 됐다. J사장은 새시 시공계약을 독점한 뒤 입주자 1백80여명과 시중 단가보다 1인당 1백만원씩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다가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금까지 챙긴 부당이익만도 1억8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서 제2, 제3의 J사장이나 O이사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밑천'을 챙길 만한 사업거리가 있는 곳에는 거의 어김없이 조폭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게 건설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새시 시공업체의 70% 이상은 조폭을 끼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D건설 K이사) "철거대행업체는 거의 전부가 조폭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S건설 J이사)라는 등의 얘기가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분양권 시장이나 법원경매시장 주변에서 완력으로 이권을 강탈하거나 건설 현장 등을 옮겨다니며 '공사장 보호'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주먹들은 건설업계에서 '액세서리'로 치부될 정도다. 특히 지방에서 조폭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것이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토착 조폭 세력에 밉보였다가는 공사 자체를 진행시킬 수 없다는게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 특별취재반 =이학영 경제부 차장(팀장).김태철(벤처중소기업부).김동민(증권부).조성근(건설부동산부).최철규(금융부).송종현(생활경제부).이상열(사회부).오상헌(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