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지금 '中流' 열풍 .. 학생들 中조기유학.어학연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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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대학 중문과 97학번인 반영은씨(가명.여.23)의 원래 성(姓)은 '김(金)'이다.
김씨가 반씨로 변한 데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반씨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90년.사업관계로 중국 나들이가 잦았던 반씨의 아버지는 중국의 잠재력을 피부로 느끼고 딸을 유학 보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해 어린 학생이 유학하기에는 중국의 제반 여건이 미성숙돼 있다고 판단, 사업관계로 알고 지내던 중국인 반모씨의 집에 아예 딸을 입양시켰다.
이렇게 중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중국을 몸으로 익힌 반씨는 그 뒤 귀국해 A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반도에 중국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본토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와는 반대 방향의 '역풍(逆風)'이 불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반씨의 경우는 아직까진 극히 보기 드문 케이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중국 바람'의 열기는 제2, 제3의 반씨를 탄생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 거센 '중류(中流)' 기세 =중국 조기유학 전문학원인 발해유학원의 김훈희 원장은 "중국에 조기 유학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요즘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알음알음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최소한 한 해 1천명 가량의 학생들이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학 연령도 점차 낮아져 최근에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문의전화도 심심찮게 걸려 온다"고 덧붙였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원가에도 손님이 부쩍 늘었다.
서울 서초동 현대중국어학원의 경우 현재 등록돼 있는 수강생이 모두 5백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두 배나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40개 수준이던 강좌 수도 올들어 60개로 늘어났다.
학원 관계자는 "1년 이내의 어학연수를 신청하는 사람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 한달에 50∼60명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전에는 수강생과 연수생 대부분이 중문과나 한의학과 등 중국 관련학과 학생들이었지만 요즘은 경제 경영학과 등으로 확대됐고 연령층도 중.고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해졌다"고 최근 경향을 소개했다.
한어수평고시(HSK) 등 중국어 관련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3천∼4천명 수준이던 응시자 수가 지난달 초에는 5천명으로 1천명 이상 늘었다.
한어수평고시 한국사무소측은 이런 추세를 감안해 매년 두번(5월 10월) 실시하던 시험을 내년부터는 3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직장인들 사이에는 중국 관련 스터디그룹 결성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어 신문 '화광보'를 발간하고 있는 피셔스의 홍영석 부장은 "스터디그룹을 이끌어갈 중국 전문가를 구해 달라는 제의가 1주일에 서너건씩 들어온다"며 "요즘에는 어학공부 차원을 떠나 중국 문화나 경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 중국어로 '무장'하는 학생들 =서울시내 일선 고교에도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아 중국어를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 수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고등학생의 비율은 지난 94년 5.7%에서 96년 6.6%, 98년 7.0%, 2000년 9.4%로 증가했고 올해는 9.6%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중국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중국이 연 7%대의 고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국내에 중국 전문가를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앞으로는 중국어 구사능력이 취업이나 승진에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