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포커스] 김혜정 < IT여협 초대회장>..실질적 도움의 場 만들터

"여성 CEO(최고경영자)는 남성에 비해 비즈니스면에서 제약이 많습니다. 마이너스통장 하나를 개설하려고 해도 은행측에서 '부친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현실이 이러니 여성기업인들끼리 뭉쳐 서로 도와야 합니다. CEO의 역할이 강조되는 IT(정보기술)벤처 분야에서는 협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출범 2개월을 맞은 IT여성기업인협회의 김혜정 초대회장(40.삼경정보통신 사장)은 'IT여협'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는 말로 풀어나갔다. 김 회장은 "아스팔트길 위를 끝없이 달리는 외로운 마라톤 선수의 심정이 바로 여성기업인들의 정서"라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자 IT여협을 발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IT여협 회원은 1백여명. 여성이 CEO인 IT기업이 국내에 3백여개 있으니까 두달만에 대상 기업의 3분의 1을 회원사로 끌어들인 셈이다. 김 회장의 추진력과 친화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다음달 18일 첫 포럼을 열고 여성기업인들의 관심을 넓혀나가면 올해안에 회원사가 1백5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럴듯하고 거창한 말만 쏟아내는 협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잘라말한다. 그는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가 과제를 공고하면 어디서부터 기획해야 하는지,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 실물적인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강조한다. 또 "어떤 성격이나 커리어의 여성이 IT기업인으로 성공할수 있는지 통계자료를 만들고 여성CEO의 성공스토리를 심층 분석하는 등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IT여협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대학에 세번이나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결혼후 분식집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방송대 유아교육과를 나와 유치원을 설립하는 '뚝심'을 보였다. 지난 92년 남편이 삼경정보통신을 설립했지만 다음해 교통사고로 사별하자 바로 삼경정보 경영에 나섰다. 우편접수용 무인창구시스템 등 우정자동화시장이란 틈새시장을 공략해 지난 4월 정보통신의 날에서는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커리어는 다르지만 세계 IT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에 견주어 '한국의 피오리나'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이란 명함도 갖고 있다. 그는 "시간 많은 사람보다 바쁘게 사는 사람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며 왕성한 사회활동의 비결을 소개했다. 또 "한양대 경영대학원을 이번에 졸업하는데 학점도 우수하고 논문도 다 썼다"며 활짝 웃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