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따라잡기'] 선진국 '오목형 산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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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제조,그리고 물류ㆍ마케팅ㆍ서비스 분야를 순서대로 놓고 한국과 선진국을 비교해 강한 정도나 부가가치의 정도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처음과 끝은 약하고 중간의 제조부문은 볼록 튀어나온 형태가 될 것이다.
편의상 이것을 '볼록형 산업구조'라고 한다면 선진국은 주로 어떤 형태일까.
처음에 해당하는 연구개발과 끝에 해당하는 물류ㆍ마케팅ㆍ서비스는 강하고 중간의 제조부문은 쏙 들어가는 '오목형 구조'인 경우가 많다.
선진국이 제조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건 이전하고 또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도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실은 여기에 있다.
연구개발과 물류·마케팅·서비스가 강한 데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또 이것은 남은 제조부문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산업구조를 오목형과 볼록형으로 구분하면 국가간 상호관계도 분명해진다.
오목형과 볼록형은 상호보완적일 것이고,볼록형과 볼록형은 저부가가치형 경쟁관계로,또 오목형과 오목형은 고부가가치형 경쟁관계로 볼 수 있다.
지금 중국의 WTO 가입을 두고 이것이 우리에게 미칠 여파를 여러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중국시장은 우리가 볼록형 산업구조를 가지고도 일정기간 먹고 살 기회를 제공해 줄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중국의 볼록형 산업구조와 충돌하기 직전까지는 그렇다.
특히 이 기간을 이용해 우리가 오목형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이행하고 중국과 보완적 관계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만약 우리가 오목형 산업구조로 전환할 기회를 놓치면 그땐 위험해질 수 있다.
거대한 중국의 볼록형 산업구조와 부딪힐 경우 우리의 작은 볼록형이 경쟁력이 없어질 것임은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오목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서비스부문에 주목하고,연구개발부문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사실 이 부문들 자체도 내부적으로는 저부가가치형 볼록형 구조다.
서비스부문의 경우 서비스 생산에 비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은 취약하다.
또 연구개발부문을 보면 중간에 해당하는 응용ㆍ개발에 비해 처음에 해당하는 기초연구나 끝에 해당하는 상업화 부문은 매우 약하다.
처음과 끝이 강한 기업과 그러한 모양의 산업구조 창출은 더 이상 머뭇거릴 과제가 아니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