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 임박, 뭍으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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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반도체 값과 함께 올랐다.
삼성전자가 보합권에서 등락하다 20만원에 오르며 거래를 마쳤고 하이닉스와 아남반도체는 상한가를 달렸다. 코스닥에서도 주성엔지니어, 반도체ENG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관련주가 초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12일 아시아시장에서 128M SD램이 전날보다 13.4%, 128M DDR은 2.74%오르며 나흘째 강세를 나타냈다.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반도체 가격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반도체 업종의 침체가 곧 경기 침체로 연결됐으며 주식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나흘간의 반도체 가격 상승은 마이크론 테트놀로지가 싱가포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각국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조치로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팬티엄4PC, 윈도XP의 잇단 출시로 연말 컴퓨터 특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D램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저점 매수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주 강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우증권의 김정환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의 움직임이 본격적인 상승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업종 지수 및 주요 종목은 이미 과열권에 있거나 근접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조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주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들은 “지난 주 수요일 이후 D램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주가는 목요일과 금요일 연속 음선을 보였다”며 “현재의 주가는 저점 대비 50% 이상 올라 있어 최근의 반도체 가격 상승 추세를 이미 반영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도 그동안 40% 넘게 올라 20만원선에 도달했다. 20만원은 지난 8월 두차례에 걸쳐 상향돌파를 시도했지만 좌절됐던 가격이다. 이날은 20만원 선에 대한 부담으로 0.72% 상승에 그쳤다.
국내 증시 전체적으로 볼 때도 ‘조정론’이 대세다. 먼저 최근 20 거래일 가운데 주가가 상승한 날의 거래량을 하락한 날의 거래량으로 나눈 VR(Volume Ratio)가 763.91에 달해 증시가 과매수 단계에 도달했다. 12일에는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대농, 동성, 두레에어, 삼익건설, 세풍, 우방, 효성기계 등 거래소 관리 종목들도 무더기로 상한가를 쳤다. 또, 코스닥에서도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돋보였다. 재료 고갈에 따른 증시 조정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들이다. 여기에 외국인은 풋옵션을 6만3,000계약 가까이 순매수해 증시 하락을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외국인은 닷새째 풋옵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론’보다는 ‘조정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 과장은 “적어도 금융주, 전기전자주가 주도하던 강세는 일단락됐다”고 단언했다. 과매수에 대한 부담이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증시 조정을 대비해 그동안 상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한국전력과 건설주, 음식료업종등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