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오쿠다 히로시 <日 經團連 초대회장>..도요타 1등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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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1등신화의 주역이 일본의 양대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일본 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을 통합해 출범하는 조직의 첫 사령탑을 맡게 됐다.
내년 5월 발족하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닛케이단렌) 초대회장으로 지난 12일 선출된 오쿠다 히로시(69)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그 주인공.
실업 태풍과 도산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 재계에서 2001년 최고의 화두는 '도요타'다.
도요타자동차에서 외부 시선이 잠시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도요타가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해 온 초일류기업들이 감원 공장폐쇄 등 극약 처방을 통한 살길 찾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도요타는 끄떡도 않고 있다.
매출과 이익 등의 성적표로만 본다면 현재의 도요타에서는 일본 기업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지난 9월까지의 반기이익은 4천억엔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2002년 3월 결산에서는 꿈의 1조엔대를 바라보고 있다.
매출은 14조엔을 넘보고 있다.
외형과 실속에서 모두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일본 언론과 재계는 자연 도요타 학습에 재삼 열을 올리고 있다.
도요타의 힘, 도요타 최강의 비밀을 캐려는 서적과 기사가 줄이어 쏟아지고 있다.
마치 도요타를 일본 기업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희망으로 대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일본 언론이 밝혀내는 도요타의 비결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철저한 위기 의식과 고객 제일주의, 앞서가는 변화 대응 능력 등 도요타가 키우고 간직해온 무형의 자산이 승승장구의 밑거름이 됐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도요타의 최고 경영자중 한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쿠다 회장은 일본 재계에서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빼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온 슈퍼스타 원로 경영자다.
도요다 가문이외의 사람이면서도 사장직을 맡은지 4년만에 최고의 자리에 발탁돼 빅 뉴스 대상이 됐던 그는 지휘봉을 잡은 취임 초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뉴스메이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가 사장 자리에 앉은 95년 8월은 철옹성 도요타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한때 43%를 달리던 일본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7%까지 추락했지만 회사내에서는 위기감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미쓰비시 혼다의 신모델들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어도 도요타 직원들은 회사가 잘 굴러가는데 무슨 걱정이 있느냐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가만 있어도 봉급이 잘 나오고 소비자들은 도요타를 1등으로 쳐주는데 왜 시장 경쟁에 불필요한 힘을 쏟느냐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재무쪽에서는 순익과 캐시플로등 각종 지표가 눈에 보일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대기업병에 걸린 것이었다.
그는 거침없이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시장 점유율 40% 달성을 지상명령으로 내리고 싸울 의지를 잃은 직원들은 주저없이 다른 자리로 내몰았다.
연공서열제 폐지, 성과급제 실시, 사내벤처 육성 등 충격 요법을 잇달아 들이댔다.
젊고 활력 넘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서열 3위의 임원을 한직으로 옮기고 고참 간부들을 계열사로 발령냈다.
중견 간부의 업무 권한을 크게 줄이고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승진시켰다.
제품 개발 및 신규사업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판매 현장의 목소리와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듣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목표원가제를 도입하고 제품의 기획과 설계 등 사전 생산 단계에서 비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신차 개발 기간을 종전의 36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인데 이어 미국 공장 건설 등 그동안 결정을 미뤄 왔던 대형 프로젝트도 신속히 처리했다.
오쿠다 사장 취임 후 1년여가 지나면서 도요타 직원들은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사내에서는 우선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빨라졌다.
1천3백억엔에 불과했던 순익은 97년 3천8백억엔을 뛰어 넘었다.
영업마진 캐시플로 시장점유율등 모든 지표들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혁을 거침없이 밀어붙인 덕에 '가장 일본인답지 않은 일본인'의 닉 네임을 얻은 오쿠다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스피드경영이다.
도요타의 기본 이념중 하나인 고객제일주의도 스피드를 무시하고는 지키기 어렵다는게 그의 굳은 소신이다.
지난 99년 회장으로 추대된 그는 회사일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는 후임 조 후지오 사장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자신은 대외 업무와 일본 재계 일에 더 주력하는 인상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오쿠다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조 사장을 그의 분신처럼 여기며 도요타의 경영 노선이 오쿠다 회장의 사장 시절과 거의 달라질게 없다고 보고 있다.
그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초대 회장으로 확정된 것과 관련, 일본 언론은 적임자가 맡게 됐다며 앞으로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기업 대량도산과 실업 급증으로 고용불안이 심각한 경제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바람직한 노사관계 설정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가 제시할 해법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오쿠다 회장은 사용자측 단체인 일본경영자단체연맹의 회장을 맡아오면서도 근로자들의 고용 확보에 누구보다 뜨거운 열의를 보여온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또 총리자문기관인 경제재정자문회의의 민간의원으로 일본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재계 최고의 대표를 맡게 된데 대해 언론과 재계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추격에 쫓겨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요타를 이끌어 온 오쿠다 회장은 산업계의 리더로서 경제 회생에 남다른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언론은 기대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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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32년 미에현 출생
1955년 히토쓰바시 상대 졸업, 도요타자동차 입사
1995년 도요타자동차 사장
1999년 도요타자동차 회장
1999년 일본경영자단체연맹 회장
2001년 11월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초대회장으로 선출